“조선(북한) 사람들이 한미 군사훈련 때문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김정은 참수 작전’이니 뭐니 얘기 나오는 것 말이다. 거기에다 중국도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정치협상회의) 끝나고 나면 뭔가 조치를 할 것 아니냐. 나름대로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평소와 비슷해 보였지만 중국 랴오닝(遼寧)성 단둥(丹東)시의 한 주는 긴장 속에 시작됐다. 현지 사정을 잘 아는 한 대북정보통은 7일 “북측 사람들과 직간접적으로 얘길 나눠보면 핵실험 이전과는 뭔가 다른 분위기가 있다”면서 “중국이 이전처럼 한쪽 눈은 뜨고 다른 쪽 눈은 감아주는 그런 상황은 아닐 거라고 여기는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 주변에선 단둥에 나와 있는 북측 인사들 중 일정 직급 이상이나 관리직의 경우 ‘만일의 사태’가 발생하면 곧바로 귀환한다는 각서를 썼다는 얘기가 돈다. 한 조선족 대북사업가는 “중국인 파트너가 얼마 전에 ‘북한 관리직급 인사를 만났더니 각서 얘기를 하더라’고 말한 적이 있다”면서 “우리는 늘 작은 소문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는데 이전에는 그런 얘기가 없었다”고 했다.
이날부터 시작된 한미 양국의 키리졸브ㆍ독수리 연합훈련에 대해 북한이 어느 정도 긴장하고 있는지도 감지됐다. 한 대북소식통은 “최근에 조선(북한) 사람들을 만나면 한미 군사훈련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본다”면서 “내가 ‘선제공격 계획도 있다더라’고 했더니 ‘그럼 서울은 불바다 될 테니까 5월까지는 서울 가지 마라’는 말도 하더라”고 전했다.
단둥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압록강대교에는 휴일인 6일과 달리 화물을 운반하는 트럭들이 온종일 지나다녔다. 통근차량으로 보이는 미니버스도 여러 대 신의주로 바쁘게 들어갔다. 단둥해관(세관)에서 나오던 북한 트럭 운전기사에게 “주로 어떤 화물을 운반하느냐”고 물었더니 “건물을 짓는 재료가 많다. (아무) 일 없으니 관심 꺼라”며 웃었다. 그에게 유엔 안보리가 제재 대상에 포함시킨 석탄이나 철광석을 수송하는지에 대해 물었지만 신호가 바뀌자 대답 없이 출발했다.
시내에서 자동차로 1시간가량 떨어진 단둥항의 분위기는 좀 달라 보였다. 동행했던 한 대북사업가는 “작년 하반기부터 북한 인공기를 단 선박이 들어오지 않는다”면서 “석탄을 실은 화물선은 주로 다롄(大連)이나 산둥(山東)성 르자오(日照)항으로 간다”고 말했다. 단둥항의 여객선 부두에는 한국과 북한으로 각기 들어가는 선착장이 있었지만 북한 여객선도 이미 지난해 8월 이후엔 입항한 적이 없다고 한다.
단둥=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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