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울산 모비스와 고양 오리온의 4강 플레이오프는 ‘애런 헤인즈(35ㆍ오리온) 시리즈’로 부를 만 하다.
헤인즈는 한국프로농구에서 8시즌 연속 뛰고 있는 최장수 외국인 선수다. 2012~13시즌에는 서울 SK의 핵심 전력으로 팀을 챔피언 결정전까지 올려놨다. 그러나 SK는 당시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하고도 챔피언 결정전에서 울산 모비스에 4연패로 우승 트로피를 내줬다. 헤인즈는 모비스의 조직적인 수비에 꼼짝 못하고 고개를 숙였다.
이번 시즌 헤인즈는 설욕할 기회를 잡았다. 오리온에서 새 동료들과 함께 모비스와 맞붙는다. 정규리그 동안 발목과 무릎 부상 탓에 24경기나 결장했지만 평균 25.2점 8.3리바운드 3.9어시스트로 여전히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단기전에서 헤인즈를 다시 만나는 유재학(53) 모비스 감독은 “막기 힘든 선수”라고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러나 이미 2012~13시즌 챔프전, 2013~14시즌 4강 플레이오프에서 ‘헤인즈 봉쇄법’을 들고 재미를 봤던 만큼 여유도 있었다.
유 감독은 변형 지역 수비로 헤인즈를 가로막았다. 헤인즈가 공을 잡으면 매치업을 이루는 선수가 간격을 좁혀 정교한 중거리 슛을 견제했다. 돌파를 시도할 때는 주변에 위치한 선수들이 약속된 움직임으로 도움 수비에 들어가 길을 막았다. 헤인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당시 SK는 에이스가 꽉 막히자 급격히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유 감독은 2년 전 4강 플레이오프를 마친 뒤 “헤인즈를 지역 방어로 묶은 것이 결정적이었다”며 “가운데에서 공을 잡으면 주변에 적어도 (수비) 3명이 늘 있게 되니까 헤인즈 같이 시야가 좋은 선수들은 주변 상대팀 선수들이 눈에 들어와 불편함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리온을 이끌고 있는 추일승(53) 감독은 그 때와는 팀 전력 자체나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충분히 승부를 걸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추 감독은 “정규리그는 헤인즈의 팀이라고 할 만큼 비중이 컸던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후반기에는 헤인즈가 없더라도 다른 선수들의 조합으로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전술 변화를 가져갔다. 헤인즈의 큰 활약이 없더라도 문제 없다”고 자신했다.
실제 오리온의 선수 구성은 화려하다. ‘타짜’ 문태종을 비롯해 김동욱, 허일영, 최진수 등 어디서든 외곽슛을 터트릴 수 있는 선수들이 즐비하다. 또 골밑에는 이승현이 확실한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포인트가드 조 잭슨과 헤인즈의 호흡 문제가 시즌 막판 불거지기도 했지만 공존 방법을 찾아 6강 플레이오프에서 원주 동부를 3연승으로 제압했다. 유재학 감독 또한 “우리가 정규리그 2위, 오리온이 3위를 했지만 선수 구성으로 볼 때는 도전자는 모비스”라고 인정했다.
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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