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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어려울수록 우향우, 역사도 예외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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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어려울수록 우향우, 역사도 예외가 아니죠”

입력
2016.03.0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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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인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조인성 경희대 사학과 교수.

“정치적, 경제적 어려움이 있으면 우파적인 쏠림 현상이 더 강하게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현실이 어려울수록 ‘역사적 환상’이 주는 매력이 대단한 거니까요.”

조인성 경희대 사학과 교수는 7일 ‘2016 한국고대사 시민강좌’가 고대사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취지를 이렇게 설명했다. 이번 강좌는 조 교수가 소장으로 있는 경희대 고대사ㆍ고고학연구소와 한국고대사학회, 한성백제박물관이 손잡고 9일부터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서울 방이동 한성백제박물관에서 진행한다.

첫 강의는 ‘근대역사학의 성립과 한국고대사연구’를 주제로 노태돈 서울대 명예교수가 나선다. 이어 ‘동이족은 우리 조상인가’(박대재 고려대), ‘유사역사학과 환단고기’(이문영 상명대), ‘단군릉, 대동강문명론과 북한의 선사고고학’(이선복 서울대),‘요하문명과 홍산문화’(김정열 숭실대) 등을 다룬다.

폭발력 있는 주제들이다. 학계에서는 1988년 반년간지 ‘한국사 시민강좌 2집’을 통해 재야사학측 주장을 집중 비판한‘특집-고조선의 제문제’를 내놓은 이후 거의 30년만의 ‘정면대응’으로 꼽는다. 젊은 고대사학자들이 계간지 역사비평을 통해 재야사학을 ‘사이비 역사학’이라 정면 비판(한국일보 3월 4일자 23면)한 데 이어 이번에는 학계 중진 인사들이 나서는 셈이다. 강연 원고는 강연 뒤 인터넷에 공개하거나 한데 묶어서 책으로 내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반응은 이미 폭발적이다. 수강신청인원은 300명 규모의 한성백제홀 수용 규모를 넘어섰다. 고대사학회 관계자는 “수강 신청이 안 되면 무조건 일단 현장을 찾겠다는 이들의 문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면서 “안전사고 등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학계가 이렇게 움직인 것에 대해 조 교수는 역사학자들이 ‘역사 대중화’를 내걸고 ‘시민강좌’를 마련해온 지 30년이 되었건만 오히려 대중과 멀어졌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올림픽 이후 풍요가 지속되면서 재야사학의 주장이 어느덧 잊혀져 가면서 위기의식마저 유야무야된 것이다.

조 교수는 “실제 제가 1997년엔 ‘국수주의 사학이 이제 좀 수그러들었다, 안심해도 되겠다’는 내용의 글을 발표하기도 했는데 그게 실수였다”면서 “장기적 경기침체가 일본 젊은이들까지 우경화시키듯,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경제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역사를 보는 데 있어서 지나치게 한쪽 방향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여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구자들이 그 동안 자기 연구 하느라 세상 변하는 것에 너무 둔감했다”고 말했다. 앞서 조 교수는 고대사ㆍ고고학연구소가 재야사학을 비판하는 젊은 역사학자들을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해줬다. 계간지 역사비평 봄호의 특집도 연구소 인터넷 홈페이지(www.ikaa.or.kr)에 실린 이들의 글에 바탕한 것이다.

조 교수는 그러나 이런 움직임들이 재야사학에 대한 정면 대응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인터넷에 보니 역사비평에 대한 기사를 보고 벌써 이건 전쟁이다, 선전포고다 뭐 이런 글들이 돌아다니더군요. 그러나 우리도 우리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에요. 틀릴 수 있지요. 다만, 지금 현재 주어진 자료를 통해 최대한 합리적으로 이해해보자는 것이 우리의 기본적인 생각일 뿐입니다. 누구와 싸우자는 게 아니라 이 부분에 대해 다시금 잘 설명드리는 게 우리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생각합니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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