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에는 돈과 시간, 건강이 필요하지만 이를 동시에 충족되는 시기는 거의 없죠. 시간과 건강이 허락된 젊은 시기에는 경비가 적고, 돈과 시간이 있는 노년에는 건강이 허락되지 않는 식입니다. 그래서 여행은 일단 저질러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이번에 저희가 여러분께 일 저지를 용기를 북돋아드리려 합니다.”
세계 각국 역사와 문화를 소개, 1,700만부를 넘는 판매 기록을 가진 인기교양만화 ‘먼나라 이웃나라’의 저자 이원복(69) 덕성여대 총장이 이번엔‘DS세계일주학교’로 세계일주를 꿈꾸는 이들 가슴에 불을 지른다.
허시명 막걸리학교 교장 등 국내 대표 여행작가들을 강사로 초빙해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 남미, 중동지역의 일주 요령과 유형을 익히는 세계일주학교를 개설한 것이다. 세계일주학교는 14일부터 5월30일까지 매주 월요일 서울 종로구 덕성여대 평생교육원에서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아는 만큼 보인다’는 여행의 기본 원칙을 철저히 고수한다. 회당 2시간의 강의가 총 12회로 구성된 세계일주학교에서는 각 지역별 역사와 문화적 특성은 물론 세계일주 기록방법과 혼자 여행하는 법, 자전거 일주와 트레킹 일주 등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를 맛보는 방법을 배울 수 있다. 강의는 프로그램 참가자가 직접 세계일주 계획표를 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이 총장은 “세계일주는 자신의 상황에 맞춰 1년 계획으로 세계일주를 단번에 결행할 수도 있고, 평생의 꿈으로 삼고 20, 30년에 걸쳐 진행할 수도 있다”며 “계획표에 대한 실현 가능성은 세계일주학교 강사진과 동료 수강생들의 첨삭을 통해 더욱 탄탄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일주학교는 막상 해외여행을 고민하는 이들이 걱정하는 현실적인 고민들도 지나치지 않는다. 강의 내용에는 비행기 티켓 구매요령부터 숙박시설 이용 방법과 또 언어가 통하지 않더라도 자신을 낯선 땅에 던지는 방법 등에 대해서도 노하우를 전수한다.
14일 첫번째 강의 주자로 나서는 이 총장은 1975년 독일로 떠나 9년간 머물며 세계 곳곳을 돌아다닌 경험담을 풀어놓을 예정이다. 그가 독일 유학시절 폐차 직전의 중고차만 5대를 갈아치우며 유럽전역을 돌아다닌 것은 유명하다.
이 총장은 “유럽 역사와 문화를 모른 채 돌아다녔다면 내가 본 것은 돌과 궁전, 교회가 전부였을 것”이라며 “그들의 역사를 조금이나마 알고 여행을 나선 순간, 그곳에서 보게 된 돌멩이 하나가 가진 의미를 온 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총장은 “외국으로 나가기도 힘들고 국내에 외국인도 거의 없던 당시의 문화 충격은 엄청났다”며 “앞으로 다가올 지구촌 속 한국을 맞이하는 준비로써, 학비와 생활비 벌이를 겸해 어린이 신문에 6년간 연재한 것이 ‘먼나라 이웃나라’의 탄생 배경”이라고 귀띔했다.
여행에서 철저한 준비와 계획은 여행을 하는 그 행위 자체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게 이 총장이 생각하는 여행의 의미다. 40명 내외로 모집 중인 수강생들은 세계일주학교를 마친 후, 하반기에 개설 예정인 세계일주학교 심화과정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지역 등을 더욱 깊이 있게 분석하는 과정도 밟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알게 된 동료들과 세계일주의 첫 발을 내디딜 수도 있고, 학교가 직접 기획한 여행에 참여도 할 수 있다.
세계일주학교는 특히 무작정 떠났다가 현재 자신의 위치로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세계일주 희망자들의 고민에 대해서도 진지한 대화를 나누는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세계일주가 궤도를 벗어나는 일탈이 아니라 제자리로 돌아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인 만큼 목적달성 후 현실로 돌아오는 준비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첫 수강생을 모집 중인 세계일주학교는 내년 상반기 2기 수강생을 모집해 새롭게 강의를 시작하면서, 청소년과 대학생 등 직장ㆍ일반인 과정 등으로 강의를 세분화하는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 총장은 40만원의 수강료에 대해 “세계일주학교는 100만원을 들여 떠난 여행을 1,000만원의 가치로 승화해줄 값어치 있는 프로그램”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이태무기자 abcdef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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