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휴 잭맨(49)이 이번에는 스키점프 코치로 변신했다. 영화 ‘독수리 에디’(4월 7일 개봉)는 1988년 캘거리 동계 올림픽에서 스키점프 영국 국가대표로 출전한 에디 에드워즈(태런 에저튼)가 코치 피어리 브론슨(휴 잭맨)을 만나 스키점프로 인생 역전을 하게 되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7일 오전 서울 중구 한 호텔에서 열린 ‘독수리 에디’의 기자간담회에는 덱스터 플레처 감독과 잭맨이 참석했다. 잭맨은 “나는 호주 사람이라 스키점프에 대해 알지 못했다”며 “호주에 스키점프 국가대표 팀이 있는 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스키점프는 우아하면서도 스릴 있는 스포츠”라며 “한국에서도 2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이 있는데 그에 맞춰 관객들이 즐길 만한 영화”라고 출연작을 소개했다.
한국영화에는 ‘독수리 에디’보다 먼저 스키점프를 소재로 삼은 ‘국가대표’(2009)가 있다. 플레처 감독도 “스키점프를 주제로 한 영화는 거의 없어서 한국의 ‘국가대표’를 봤다”고 했다. 그는 “‘국가대표’는 수준이 높았으나 ‘독수리 에디’는 한국과는 다른 영국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며 “주인공 에디가 어떻게 어려움을 극복하는지 그의 여정에 초점을 맞춘 만큼 한국 관객들에게도 더 사랑 받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가대표’도 굉장히 좋은 영화지만 이번에는 ‘독수리 에디’를 봐주시길 바란다. 새로운 영화니까”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국에 온 소감은?
덱스터 플레처 감독(플레처)=“한국까지 오는 여정이 길었지만 우리에겐 중요한 여정이었다. 훌륭한 영화를 가지고 왔기 때문에 자랑하기 위해서 왔다. 전 세계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함께 즐겼으면 한다. 너무 흥분된다. 한국은 처음인데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한 휴 잭맨과 함께라서 기쁘다.”
휴 잭맨(잭맨)=“항상 기쁜 마음으로 한국에 오게 된다. 특히 10년 전부터 서울 홍보대사이기 때문에 올 때마다 기분이 좋다. ‘독수리 에디’는 유머가 있는 독특한 스포츠 영화다. 소외된 자들의 이야기지만 따뜻한 이야기다. 보시면 눈시울도 적실 것이다. 그 동안 우리는 재미있게 촬영했고 그 결과를 선보이려 한다.”
-태런 에저튼과의 호흡은 어땠나.
잭맨=“이런 영화를 촬영하기 전에는 호흡이 맞나 테스트를 한다. 특히 두 사람만의 우정을 나타내는 영화는 그런 과정이 중요하다. 서로 호흡이 잘 맞는지 보기 위해 크리스마스 전에 태런 에저튼을 만났다. 에저튼은 정말 멋지다. 개방적이면서 연기를 사랑하는 배우더라. 즐겁게 연기하는 모습이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기대 이상이었다. 또 감독님이 배우 출신이기 때문에 배우들이 편안한 환경에게 연기할 수 있게 해줬다. 이런 영화는 배우들이 촬영을 즐겨야 좋은 화면이 나오는데 감독의 배려가 참 좋았다. 그리고 에저튼은 이미 대성할 스타라고 생각했는데 진짜 대스타가 됐다.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와 ‘독수리 에디’에서 폭넓은 연기를 할 수 있는 드물고 재능 있는 배우라고 생각한다.”
-80년대 문화코드 돋보이는데.
플레처=“영화의 배경은 1980년대인데 옷이나 음악 등을 재현할 때 혁신적이고 새로운 발명품들이 많아 흥미로웠다. 의류는 합성소재도 많았고, 컬러도 네온 색 같은 밝은 색이 많았다. 영화라는 게 비주얼한 시각적 예술이기 때문에 그런 걸 사용하는 게 재미있었다. 음악도 당시의 일렉트로닉 등을 삽입했는데 음악감독과 상의해 당시의 악기만을 사용했다. 르네상스 시대를 대표하는 악기가 피아노라면 80년대는 전자악기다. 영화 속 에디가 밝은 성격이고 전체적인 스토리도 밝은 내용이라 컬러도 밝고 활기찬 톤에 맞췄다.”
-캐릭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잭맨=“멋진 캐릭터를 연기하게 된 걸 즐거워하게 됐다. 다른 사람이 트레이닝 받는 걸 지켜보는 게 굉장히 좋았다(웃음). 일단 새벽 3시에 일어나 운동하지 않아도 되는 캐릭터라서 더 좋았다. (내가 맡은)피어리 브론슨 캐릭터는 에디가 실제로 6~7명의 코치가 있었는데 그들을 다 합쳐놓은 인물로 만들려고 했다. 또 영국의 전설적인 그룹 크림의 멤버 진저 베이커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그 사람을 토대로 만들어낸 인물이다.”
-인상적인 장면이나 애로사항이 있었나.
플레처=“잭맨이 처음 점프를 하는 모습이 영화의 핵심적인 장면이다. 스키점프를 어려워하면서 흠도 많고 약점도 많은 사람이 날아올랐을 때 사실은 재능이 많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해서다. 물론 스키점프 장면이 참 어려웠다. 점프대에서 와이어를 끼고 촬영했다. 생명에 위험할 수 있으니까. 사실은 잭맨도 스스로 스키점프 하려고 했지만 실제로 쉬운 일이 아니란 걸 깨닫고는 하지 않았다. 또 연기자들을 위해 점프대 밑에는 매트도 설치했다. 넘어져도 (뼈가)부러지지 않게 했다.”
-한국에서도 스키점프를 소재로 한 영화 ‘국가대표’가 먼저 개봉했는데.
잭맨=“나는 호주 사람이라 스키점프를 잘 알지 못했다. 호주에는 스키점프 국가대표팀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호주에서 스키점프는 활성화된 스포츠가 아니다. 하지만 영화를 통해 매료됐다. 우아하면서도 아름다운 스포츠 같지만 동시에 위험한 스포츠이기도 하다. 스키점퍼들이 점프하는 모습을 실제로 보면 정말 멋졌다. 2년 뒤 평창 동계올림픽도 있는데 직접 대회가 개최될 때 가서 즐겨봤으면 좋겠다. 얼마나 웅장하고 멋진 스포츠인지 알게 될 것이다. 웅장함과 위대함을 꼭 직접 봤으면 좋겠다. 감독님은 ‘국가대표’라는 영화를 봤다. 같은 주제의 유일한 영화이기 때문에 참고를 한 듯하다. 모든 분들이 영화의 스릴을 맛보길 바란다.”
-‘국가대표’는 어땠는지.
플레처=“‘국가대표’를 봤다. 감독이고 다른 어떤 영화가 있는지 찾아봤는데 거의 없더라. ‘국가대표’는 영화적 수준이 높다. 똑같은 스키점퍼라는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독수리 에디’(감독이 한국말로 제목을 말함)는 다른 문화적 색깔로 풀어가기 때문에 한국 분들도 흥미로운 듯하다. 에디가 어떻게 고난을 극복하고 성장하는지 여정이 담긴 스토리여서 한국에서 더 사랑 받지 않을까 한다. ‘국가대표’는 굉장히 좋은 영화이지만 이번에는 ‘에디’를 봐주길 바란다. 새로운 영화니까.”
-한국 관객들이 영화를 어떻게 봤으면 하는지.
잭맨=“관객들은 이 영화를 통해 시대적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한 사람이 지금처럼 많은 사람들을 열광시키고 인기 있게 되는 지 그 과정을 보게 될 것이다. 지금이야 평범한 사람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빠르게 알려지게 되지만, 그 당시에는 그런 매체가 없었다. 에디가 TV 토크쇼에도 출연하는 모습은 흥미롭다. 2년 후 평창 동계올림픽에 맞춰서 보시면 한국 관객들도 굉장히 많은 감동을 받을 것이다.”
-에디는 무모한 캐릭터다. 무모한 일을 한 적이 있나.
잭맨=“나는 호주의 TV시리즈로 연기를 시작했고, 이후에 ‘미녀와 야수’ 등 뮤지컬에 출연하며 인기를 얻었다. 뮤지컬 배우로 더 알려지게 됐다. 호주에서는 뮤지컬배우는 배우보다는 예능인에 가깝다. 이후로는 영화 오디션 등을 보곤 했는데 뮤지컬 배우가 오디션을 보는 것도 힘들었다. 모두 거절당했다. 그러나 내면으로는 배우로서 연기를 하고 싶은데 주변에서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때는 상당히 힘들었다.”
플레처=“연기자라면 90%는 항상 거절될 것이다. 나머지 10%를 위해 열심히 노력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꿈을 좇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그렇게 해야 한다. 에디는 올림픽의 정신을 잘 보여주는 사람이다. 자신을 믿고 불안감은 극복하는 등 스스로 믿음이 있어야만 (성공이)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좌절하지 않고 시도를 하는 게 올림픽의 정신이다. 에디는 이기고 지는 게 중요하지 않고 전체 올림픽 축제를 즐기는 게 중요한 걸 보여주는 것 같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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