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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물' 중견건설사들 신사업 노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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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우물' 중견건설사들 신사업 노크

입력
2016.03.0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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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한 외도지만…독주냐 축배냐

한 우물만 팠던 중견건설사들이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주택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서희건설이 인수한 편의점 '로그인' 모습. 서희건설 제공
한 우물만 팠던 중견건설사들이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주택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9월 서희건설이 인수한 편의점 '로그인' 모습. 서희건설 제공

#. 1983년 설립 이후 33년간 임대아파트를 기업 특화상품으로 내세웠던 부영은 최근 몇 달 새 인수ㆍ합병(M&A)을 통해 무섭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테마파크 설립 목적으로 인천 연수구 대우자동차 판매용지를 3,150억원에 사들인 것을 시작으로 삼성생명 태평로 사옥 인수(5,800억원), 오투리조트 인수(800억원) 등 최근 5개월 동안 M&A 등에 쏟아 부은 금액이 1조원에 달한다. 철저히 사업의 안정성에 초점을 두고 임대사업에만 ‘올인’해던 것과 달리 위험성이 동반된 레저와 개발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 국내 주택시장, 그 중에서도 ‘아파트 공동구매’로 불리는 지역주택조합에 집중적으로 발을 담갔던 서희건설은 지난해 9월 유통 사업으로 눈을 돌렸다. 편의점 ‘로그인’ 96개 점포를 인수했는데 현재는 그 수가 150개로 늘었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작년 기준으로 조합주택이 전체 수주액의 65.8%(1조3,000억원)를 차지할 만큼 비중이 높았는데, 그룹 차원에서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을 다른 사업을 찾았고 그게 편의점 사업”이라며 “조합주택을 전문화시켜 성공했듯 유통쪽에서도 가맹수수료(로열티)를 안 받는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고 말했다.

6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 우물만 파오던 중견건설사들이 최근 잇따라 사업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반짝 분양 호황 뒤 긴 불황이 반복되는 국내 주택시장에서 더는 한 종목만으로는 버티기 힘들다는 판단 아래 너도나도 새로운 영역에 뛰어들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떠밀리듯 진행되는 신사업 진출은 큰 리스크를 동반하며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지난해 금호산업 인수전에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본 호반건설은 최근 울트라건설을 품에 안았다. 지난달 초 법정관리 중인 이 회사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것. 호반건설 측은 “국내 주택 건설 비중이 전체 사업의 95%를 넘을 만큼 포트폴리오가 한쪽으로 쏠려 있어 이를 분산시키기 위해 토목사업에 강점이 있는 울트라건설의 인수를 검토하게 됐다”고 말했다. 울트라건설은 2014년 기준 매출의 82%를 도로, 터널공사 등 관급공사로 달성한 기업이다.

이밖에 동원건설산업은 지난해 12월 계열사인 전기차 업체 올레브를 흡수 합병, 무선으로 충전되는 전기버스 시장에 뛰어들었고, 요진건설산업은 경기 고양시에 짓는 복합단지 내 호텔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한신공영은 주택임대관리 사업에 진출할 계획이며, 코오롱글로벌은 27일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화장품과 건강보조식품 제조ㆍ수출ㆍ판매를 신사업 분야로 추가할 예정이다.

중견 건설사들의 이런 ‘외도’는 위험 분산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노린 전략이다. 백광제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대출규제 등 정부정책에 따라 주택 시장 상황이 많이 좌우되고 분양 시장도 언제 꺾일지 모르는 등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보면 복합기업으로 나가는 것이 안정성 측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무리한 영역 확장은 득보다 실로 이어지기도 한다. 골프장 운영과 목욕탕 사업에 진출한 신세계건설은 작년 3분기 기준 골프장 사업에서 94억7,100만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목욕탕사업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별다른 사업성과가 없는 상태다. 부영그룹이 사들인 무주덕유산리조트도 2014년 6억5,591만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이남수 신한금융투자 부동산전문위원은 “건설사들이 많이 진출하는 호텔사업만 보더라도 이미 공급이 포화상태인데다 운영ㆍ관리 노하우가 중요한데 그에 맞는 전문가들을 함께 채용하기 보다 건설사 내부 인력으로만 충당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어설프게 다각화하다가는 오히려 적자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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