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3월 7일
1985년 3월 7일 슈퍼 프로젝트 그룹 ‘USA(United Support of Artists) for Africa’의 앨범 ‘We are the World’가 발매됐다. 에티오피아와 아프리카 기아 난민을 돕기 위한 자선 앨범. 마이클 잭슨, 밥 딜런, 폴 사이먼, 케니 로저스, 다이애나 로스, 빌리 조엘, 디온 워릭, 브루스 스프링스틴, 케니 로긴스, 대릴 홀, 신디 로퍼, 조 코커…. 20세기 최고의 뮤지션 45명이 1월 28일 10여간 여 넘게 합심해 만든 음반이었다. 당일 현장에 못 온 레이 찰스와 스티비 원더 등은 ‘후시녹음(post recording)’으로 목소리를 보탰다. 노래는 마이클 잭슨과 다이애나 로스가 함께 만들었고, 음반은 퀸시 존스와 마이클 오마션이 공동 제작했다.
저 거대한 기획을 제안하고 성사시킨 이가 ‘칼립소의 제왕’ 해리 벨라폰테(Harry Belafonte, 1927~)였다. 한 해 전인 84년 아일랜드 뮤지션 겸 사회운동가 밥 겔도프(Bob Geldof,1951~)의 1억인 아프리카 기아 구제 프로젝트‘밴드 에이드’ 공연에서 감명과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겔도프, 말론 잭슨 등과 함께 코러스로도 동참했다.
뉴욕 할렘 태생의 벨라폰테는 자메이카 출신 어머니와 함께 유년기를 자메이카에서 보내며 칼립소를 체득했다. 자메이카는 유럽의 서인도제도 흑인 노예무역 중심지였고, 칼립소는 그들 노동요특유의 리듬이었다. 그의 57년 음반 ‘칼립소(Calypso)’는 31주간 빌보드 앨범차트 1위를 기록했다. ‘Jamaica Farewell’ ‘Matilda’ 등이 큰 인기를 누렸다. 억눌린 것들을 환한 자리에 놓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운동’이 되고 힘이 되던 시절이었다. 재즈가 수많은 걸출한 뮤지션들의 활약 덕에 세계인의 음악이 됐다면, 칼립소는 거의 그의 열정으로 빛을 얻었다. 벨라폰테는 음악인을 넘어 소수자 인권과 정의를 위한 활동가로 평생 헌신하며 85년의 저들- 특히 흑인 뮤지션들-이 기량을 펼 수 있는 예술적ㆍ사회적 공간을 여는 데 기여했다. 저 바쁜 이들의 숭고한 열정을 깨워 한날 한 시에 모이게 한 바탕에는 그를 향한 그들의 신뢰와 존경, 감사의 마음이 있었다.
2013년 9월, 벨라폰테와 말랄라 유사프자이(Malala Yousafzai)는 국제사면위원회의 2013 양심대사상(Ambassador of Conscience Award)을 수상했다. 86세의 벨라폰테는 감사를 전한 뒤 “특히 우리 시대 진정한 영웅 유사프자이와 함께 수상하게 돼 더욱 영광”이라고, “그를 향한 나의 존경심은 끝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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