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의 정치행사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이 열린 5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은 내내 엄숙하고 긴장된 분위기였다. 이를 두고 지난해 말 군 개혁에 이어 최근 언론통제에 나선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본격적인 ‘군기잡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많다.
5일 치러진 전인대 개막식은 시작부터 심상치 않은 분위기였다. 시 주석을 비롯한 최고지도부는 지역별ㆍ직능별 대표 2,900여명과 수백 명의 내외신 기자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개막식장에 입장했지만, 하나같이 표정이 굳어 있었고 먼저 자리를 잡은 주요 당 간부들과 눈인사도 거의 나누지 않았다.
시 주석은 특히 권력 2인자인 리커창(李克强) 총리가 약 2시간에 걸쳐 45차례 박수를 받으며 정부 업무보고를 발표하는 내내 표정을 풀지 않았다. 또 개막식 후 자리를 뜰 때까지 리 총리와 별다른 대화조차 나누지 않았다. 리 총리는 “소수 간부가 게으르고 방만하면서 무능한 기풍과 부패 문제를 소홀히 해선 안된다”며 시 주석의 부패 척결 의지를 대변하려 애썼는데, 업무부고 도중 진땀을 흘리는 모습이 중계화면에 잡힐 만큼 긴장한 표정이 역력했다.
반면 시 주석 주변에 앉은 왕치산(王岐山) 중앙기율위원회 서기, 류윈산(劉雲山) 중앙서기처 서기, 장가오리(張高麗) 상무부총리 등은 무언가를 열심히 기록하며 ‘열공모드’를 보였다. 이틀 전 열린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개막식 때도 시 주석은 주석단에 앉은 인사들과 얘기를 나누지 않았고, 주변의 정치국원들도 경직된 자세를 풀지 못했다.
예년에 없던 각종 금지지침도 양회 분위기를 가라앉혔다. 중국 당국은 양회 개막 직전 ‘인민대표로서의 책임을 성실히 이행하라’는 경고성 메시지와 함께 셀카봉 반입을 금지하는 공지를 내보냈다. 일반 취재기자는 ‘전문가용 카메라’와 삼각대를 휴대할 수 없다는 황당한 지침까지 나왔다.
이 같은 상황을 놓고 시 주석이 사실상의 1인 지배체제를 대내외에 과시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최강의 반부패 캠페인으로 전 정권의 권력자들을 일소한 시 주석은 최근 들어 9,000만 명에 육박하는 일반당원들에 대한 감시ㆍ감독의 고삐도 바짝 당기고 있다. 시 주석이 언론통제에 나섰다는 얘기가 나오는 가운데 관영언론들이 경쟁적으로 시 주석의 ‘어록’을 집중 조명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시 주석의 냉랭한 표정 하나로 전인대 개막식이 무겁게 가라앉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그의 1인 권력체제가 공고해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최대 30%까지 오를 것이란 예상이 나왔던 올해 국방예산 증가폭은 7.6%에 그쳤다. 국방예산의 한 자릿수 증가는 금융위기의 여파가 불어닥친 2010년(7.5%) 이후 6년만이다. 이는 성장 둔화세를 반영하는 가운데 구조개혁을 위한 재정 지출 증가폭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남중국해 등 분쟁지역에서 방어적 입장을 취하고 있음을 천명함으로써 ‘중국 위협론’을 불식시키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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