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과 상속 몫을 나누는 부모가 미성년 자녀를 대리한 재산분할 협의는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아무리 친권자라도 이해관계가 엇갈려 자녀의 대리인을 따로 선임해야 합의가 인정된다는 취지다.
2010년 6남매 중 장남 오모씨가 신장암으로 위독해지면서 그의 가족과 오씨의 남매간 재산 상속 문제가 불거졌다. 오씨의 동생 5명은 오씨의 재산 중 서울 강남구 개포동 3,400여㎡ 땅은 부모가 명의만 장남 앞으로 해 둔 것이라며 자신들의 몫을 주장했다.
오씨의 부인 이모(56)씨는 남편이 숨지기 전 형제들의 의견을 따라 자신과 자녀 3명, 오씨의 동생 5명 등 총 9명이 개포동 땅을 나눠 갖기로 1차 합의를 했다. 오씨의 자녀 중 오모양은 미성년자여서 친권자인 이씨가 대리해서 합의했다. 오씨 동생들은 농지취득자격 증명을 받지 못해 상속분을 이씨 명의로 두는 대신 이씨를 채무자로 채권최고액 20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하기로 2차 합의했다. 하지만 이씨는 뒤늦게 근저당권 등기 취소 소송을 내면서 자신이 미성년자인 딸을 대리한 1차 합의가 애초에 무효라고 주장했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근저당권 등기 말소 절차를 이행하라”며 원심대로 이씨의 손을 들었다. 재판부는 ‘이해가 엇갈릴 경우 친권자가 법원에 자녀의 특별대리인 선임을 청구해야 한다’고 규정한 민법(921조) 규정을 들어 재산분할 합의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1차 합의 뒤 오씨의 5남매 중 1명이 이씨 자녀의 특별대리인으로 선임됐지만, 이 역시 공동 상속인이 합의당사자여서는 안 된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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