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공화당 주류의 ‘파문 선언’이후 치러진 경선에서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이 캔자스와 메인 주에서 승리하고 켄터키에서도 격차가 크지 않은 2위를 달리는 등 예상 밖 선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대세론이 꺾인 트럼프가 과반 득표에 실패해 7월 전당대회가 공화당 지도부에 의해 후보를 선출하는 ‘중재 전당대회’로 치러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5일 캔자스와 켄터키, 메인, 루이지애나 주 4곳에서 치러진 미 공화당 경선에서 초반 개표 결과, 크루즈 의원이 큰 폭의 차이로 캔자스에서 승리를 거뒀다. 크루즈 의원은 48%의 지지율로 트럼프(23%)를 25%의 압도적 표차로 이겼다. 알래스카를 제외한 미 본토 최북단 메인 주에서도 크루즈 의원은 개표 초반이지만 46% 득표율로 30%대 중반의 트럼프를 이겼다.
트럼프는 켄터키 주에서만 10% 내외의 차이로 2위 크루즈 의원을 앞서고 있다.
당초 트럼프가 앞서리라고 예상됐던 곳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공화당 경선 구도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밋 롬니 등 공화당 주류 인사가 사실상 당 분열을 각오하고 트럼프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반 트럼프 진영 유권자들이 크루즈로 결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캔자스와 메인, 켄터키의 경우 지난단 말까지만 해도 크루즈와 마크 루비오(플로리다) 의원 지지율이 비슷했던 만큼 트럼프에 반대하는 공화당 유권자들이 보수색이 더 강한 크루즈 의원에게 전략적으로 표를 몰아주기 시작한 것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반면 뉴햄프셔를 필두로 2월 조기 경선지역 4곳 가운데 3곳을 승리로 장식한 데 이어 슈퍼 화요일에서 7곳을 승리하며 대세론을 형성한 트럼프는 급작스럽게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특히 이번 선거 결과가 2차 승부처로 통하는 15일 오하이오와 플로리다 주 경선의 판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공화당은 이날 플로리다, 일리노이, 미주리, 노스캐롤라이나, 오하이오 주와 미국령 노던 마리아나스에서 경선을 치러 367명 대의원의 향방을 가르게 된다. 특히 플로리다(99명)와 일리노이(69명), 오하이오(66명) 3곳은 득표율 1위 주자가 대의원을 모두 차지하는 ‘승자 독식제’가 처음 적용되는 곳이어서 트럼프가 이 곳을 석권하지 못하면 과반수(1,237명) 득표를 장담하기 힘든 상황으로 몰리게 된다.
주류 진영의 대표 주자로 꼽혔던 루비오 의원은 지난 1일 ‘슈퍼화요일’에 이어 이번에도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등 상승세가 현저히 꺾인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15일 경선에서 고향인 플로리다를 트럼프에게 내줄 경우 그 역시 경선 중도 사퇴를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날 네브라스카, 캔자스, 루이지애나 주에서 치러진 민주당 경선에서는 개표 초반이지만 루이지애나 주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네브라스카에서는 버니 샌더스 의원이 앞서고 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