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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강남 불패신화는 누가 만드나

입력
2016.03.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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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주택 시장이 침체기로 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오지만 강남권 분양시장만은 예외인가 봅니다. 적어도 분양가만 보면 그렇습니다.

올해 강남권 재건축 시장에서 포문을 연 GS건설의 ‘신반포자이’는 3.3㎡당 평균 4,290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3월 개포주공2단지를 재건축한 ‘래미안 블레스티지’도 3.3㎡당 4,000만원대로 정할 것이란 말이 나옵니다. 심지어 6월 개포주공3단지를 재건축한 ‘디에이치 개포’는 3.3㎡당 4,000만원 중반대가 될 것이란 얘기가 돌고 있습니다. 작년 9월 관리처분 당시만해도 3,800만원에 책정될 가능성이 컸는데 불과 4개월 만에 3.3㎡당 수백만원이 껑충 뛴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역대 최고치 분양가는 또 다시 갈아치워지게 되는 겁니다.

여기서 의문이 생깁니다. 시장이 작년처럼 활황이라면 모르겠지만 대출규제 강화와 불확실한 대내외 상황 등으로 매매심리가 부쩍 위축되고 있는 요즘에도 경쟁하듯 고분양가를 책정하는 것은 왜 그런 걸까요.

재건축 아파트의 분양가는 조합의 입김이 많이 작용합니다. 일반분양가가 높을수록 조합의 수입이 늘고 추가분담금도 낮아지니 고분양가를 선호하기 마련이죠. 특히 강남권은 건설사들이 최대한 많은 ‘깃발’(브랜드)을 꽂길 원하는 곳이라 시공사 선정 전부터 조합한테 숙이고 들어가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그러니 분양가 책정 때도 겉으로는 조합과 건설사가 협의하는 모양새를 취하지만 실제로는 조합의 주장에 훨씬 힘이 많이 실립니다. 여기에는 강남권 조합원들의 “비싸도 팔린다”는 자부심이 깔려 있기도 하지요.

고분양가 논란과 분양 한파기(1월)에도 불구하고 신반포자이가 평균 38.8대 1로 1순위 마감을 하고, 계약 역시 진행 6일 만에 완판이 되었으니 조합원들의 생각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닙니다. 특히 신반포자이는 전매제한이 없어 웃돈을 노린 투자자들이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했다고 합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이 단지의 분양권은 63건이나 거래됐습니다. 임대를 제외한 536가구의 12%에 해당하는 물량이 손바뀜한 것이지요.

하지만 최근 분양한 강남권 단지 대부분은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0월 분양한 ‘반포 센트럴 푸르지오 써밋’과 11월 분양한 ‘반포 래미안 아이파크’는 청약 당시 각각 평균 21.1대 1, 평균 12.3대 1로 1순위 마감하는 등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계약률은 저조합니다. 10~15% 미계약률을 기록 중입니다. 현재는 중도금 전액 무이자, 발코니 무상으로 확장 등의 조건을 내세워 할인분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미분양으로 고생 중이지만 조합이나 건설사 모두 큰 걱정은 안 한다고 합니다. 시간이 문제일 뿐 학군이 받쳐주는 한 결국엔 완판될 것이란 믿음 때문입니다. 또 분양을 받은 사람들 역시 대출 등으로 중도금을 치르고 나면 그 다음부터는 교육열에 빚을 내서라도 강남에 오려는 전월세 수요자들이 ‘알아서’ 몰려 대출금을 갚는데 큰 어려움이 없기 때문에 대부분 만족해 한다는 게 업계의 이야기입니다. 투기꾼들이 올려놓은 웃돈을 주고 사는 실수요자들, 자녀 교육을 위해 빚을 내 전월세로 강남에 입성하는 임차인들이 비자발적으로 고분양가를 함께 받쳐주고 있는 셈입니다.

강아름기자 sara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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