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2일 중·고등학교에서 시행 중인 ‘학교주관 교복구매제’ 과정에서 벌어지고 있는 업체간 불공정 거래 실태를 발표했는데요. 경쟁 입찰을 통해서 정해진 업체의 교복을 학생들이 일괄적으로 구매하는 제도가 학교주관 교복구매제도인데, 낙찰을 받지 못한 업체들이 학생들에게 정해진 교복이 아니라 자신들 교복을 사 입도록 몰래 빼돌린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관련기사 보기)
공정위는 이 조사 결과를 토대로, 교육부에 제도 개선안을 요청했습니다. 미리 학생들로부터 교복 신청을 받으면, 탈락 업체들이 ‘장난질’을 치기 어렵다는 점에서 절차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더불어서 중장기적으로는 영국이나 일본처럼 10∼20여개 교복 디자인을 제시해 각 학교에서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이를 마트 등에서 학생들이 사서 입는 ‘교복 표준디자인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시했습니다.
이날 공정위의 발표는 2~3일 기간 인터넷 등에서 상당한 주목거리가 됐습니다. 관심은 뜻밖에 ‘교복 표준디자인제’로 쏠렸는데요. 디자인을 통일한다고 하니, 예전에 천편일률적이었던 예전 교복을 우리 아이들이 입어야 한다는 것이냐는 불만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아버지의 옛날 사진에서나 볼 수 있던 그런 ‘올드(Old)한 교복’이 머리 속에 떠올랐을 겁니다.
공정위는 당황했습니다. “발표의 본류가 아닐뿐더러, 전혀 예상치 못한 반응”이라는 게 조사·발표 담당자의 말입니다. 이 관계자는 “70~80년대 단일한 교복제도와는 다를뿐더러, 중장기적인 방향에 대한 제언이 마치 추진하는 것처럼 확대 해석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공정위 역시 “이번에 제안한 제도개선 방안은 10~20개 권장 표준디자인을 각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며 “디자인 10~20개는 예시일 뿐 더 늘어날 수 있는 문제”라고 해명했습니다.
일견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사실 교복구매제도는 공정위의 관할이 아닙니다. 공정위는 역할상 구매제도 절차 상 발생한 업계 간 불공정 행위 실태를 조사해,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요청한 건데요. 이를 따를지 말지는 전적으로 담당 부처인 교육부의 마음입니다. 게다가 교육부가 이를 의무사항인 ‘교복구매운영요령’으로 정하더라도 현재 특별한 제재 조항이 따로 없습니다. 학교에서 자율적으로 정할 문제라는 거죠. 물론 안 따르면, 여러 불이익이 있을 수 있으니 국공립 학교에서는 교육부가 정한 사안을 따를 공산이 크겠지만 말입니다.
교육부의 입장은 어떨까요? 간단히 말해 “디자인까지 국가가 나서서 정할 생각은 없다”입니다. 지금도 교복 디자인은 시·도교육청, 또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그럴 생각이 없고 이를 강제할 수도 없는 문제라는 겁니다. 지금도 일정량의 디자인을 정해 교복 업체들의 입찰을 받으면 가격 인하 등의 효과가 있지 않겠냐는 일종의 ‘표준디자인제’와 같은 안내는 시도교육청에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공정위의 제안이 일부 사람들의 우려대로 통일된 교복 디자인으로 이어질까요?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매우 낮아 보이는데요. 물론 판단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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