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발(發) ‘야권 통합’ 제안에 사분오열하고 있는 국민의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들이 4일 통합 여부를 두고 심야 격론 끝에 당 대 당 통합 논의에는 응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았다. 이로써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 대표의 통합 제안에 대해 “비겁한 정치공작”이라며 불가론을 강조했던 안철수 공동대표의 위상이 힘을 얻은 반면,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 등 당 대 당 통합에 적극적이었던 인사들의 당내 입지가 급속히 위축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야권 통합 문제는 향후 양당의 공천 작업이 마무리된 이후 후보 단일화 차원에서 재 논의 될 전망이다.
국민의당 지도부와 현역 의원들은 이날 밤 마포당사에서 의원총회?최고위원회의 연석회의를 열고 다수 현역 의원들로부터 제3당으로서의 독자 노선을 유지하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다수 현역 의원들의 입장을 반영해 이후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담은 방향으로 당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문병호 의원은 연석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의원들 거의 대부분이 독자적으로 우리 당의 이념과 당의 비전을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혼연일체가 되어 열심히 하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연석회의에서는 호남 의원들을 중심으로 당 대 당 통합 불가 의견을 개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호남 의원은 “더민주로 복귀해도 공천 보장이 분명하지 않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면서 “총선 이후 더민주와 더 큰 야권 통합을 논의해도 늦지 않다는 판단이 많았다”고 말했다. 당초 다수파로 알려졌던 통합파를 이끌었던 김 위원장은 연석회의가 끝나기 전에 잠시 휴식을 취하려 나오는 등 연석회의에선 소수였다는 후문이다.
이날 연석회의는 안 대표가 전날 김종인 더민주 대표의 통합 제안을 일축하자, 김 위원장 등 통합파에서 “국민의당이 안 대표 개인의 사당(私黨)이냐”고 반발하면서 통합 제안 이후 처음으로 당내 의견 수렴의 장이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하루 만에 안 대표 쪽으로 다수 의견이 쏠리면서 당 대 당 통합 논의는 당분간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안 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 김 위원장의 3인 이날 조찬회동을 가졌으나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했으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에서도 입장 차를 좁히는데 실패하면서 내분이 계속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을 낳았다. 그러나 안 대표는 하루 종일 “제 생각은 어제와 변함이 없다”고 통합 불가론을 재확인했다. 다만 ‘연석회의에서 안 의원과 다른 입장으로 결론이 나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나와) 같은 생각을 공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예상 보다 통합을 둘러싼 당내 논의가 빨리 마무리 된 배경에는 내분이 장기화할수록 총선 준비에 지장이 크다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안 대표는 이날 서울 프리마호텔에서 열린 전국호남향우회중앙회 정기총회에서 야권통합 문제로 갈등 중인 김종인 대표와 조우했다. 안 대표가 먼저 다가가 “위원장님 오셨습니까”라고 악수를 청하자 김 대표는 “오랜만이에요”라고 웃으며 답례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인사말에서 야권 통합을 둘러싸고 양보 없는 신경전을 벌였다. 김 대표는 “호남의 정권교체를 위해 반드시 야권 통합을 이뤄내 총선에서 이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대표 역시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식으로 단일화 얘기밖에 하지 못하는 야당으로는 정권교체의 희망이 없다”며 “만년 야당이 아니라 집권할 수 있는 정당으로 키워주셔야 한다”고 맞받았다.
김회경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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