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광산 회사인 리오 틴토는 무인 화물트럭 150대를 운용 중이다. 광산에서 항구까지 광석을 실어 나르는 무인 트럭은 피곤을 호소하거나 음주나 휴대폰 통화를 하지 않는다. 10년 안에 미국에서만 200만 명의 트럭 기사들이 일자리를 잃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운전자 없이도 스스로 움직이는 자율주행차(무인차)가 조만간 전 차종으로 확산되면 엄청난 변화가 닥친다. 교통량은 증가하는 반면 체증은 줄어들고, 사고와 연료량도 급감한다. 모건스탠리는 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7,000조원의 비용절감 효과를 예상했다. 반면 수천만 명의 생계형 운전자는 일자리에서 밀려날 게 분명하다.
▦ 인공지능의 여파는 블루칼라에게만 미치지 않는다. 국내 한 언론사는 1월부터 증시 기사를 로봇 기자가 쓴다. 2014년부터 금융 속보를 인공지능에 맡긴 AP통신에서는 ‘사람 기자’가 처리했던 양보다 14배가 늘었다. 보도자료에 의존하는 기자들은 살아남기가 어렵게 됐다. 미국의 법률회사에서는 인공지능을 이용해 전국의 판례를 뒤져 예상 선고를 뽑아주는 곳이 등장했다. 스탠퍼드대 로스쿨 일부 과목은 법학 교수 들과 컴퓨터공학 교수들이 함께 가르친다. 인공지능 변호사와 판사의 등장이 머지 않은 셈이다. 미국의 유명 암 센터인 MD앤더슨은 이미 2년 전에 인공의사를 고용해 진단을 돕고 있다.
▦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성장동력이 될 거라는 기대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는 인류 최대의 위협이라는 경고가 교차한다. 기술 진보의 득실을 한쪽 방향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사회적 불평등에 대한 우려는 현실적이다. 사회 전체적으로는 생산성이 향상되면서 부가 증가하겠지만 새로운 기술을 습득할 시간도 기회도 없는 노동자들은 나락으로 떨어질 수 있다.
▦ 나흘 앞으로 다가온 프로기사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결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9단은 ‘인류의 자존심’을 걸고 기계의 습격에 맞서는 모습으로 비친다. 하지만 이번엔 몰라도 알파고가 인간을 넘어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정작 신경을 써야 할 것은 인공지능에 대한 우리의 무관심이다. 기술은 초라한 수준이고 인공지능이 가져올 대변혁에 대한 고민도 없다. 인간과 기계의 바둑 대결은 인공지능의 미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충재 논설위원 cj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