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대세’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70)의 막말 때문에 미국 골프계가 딜레마에 빠졌다.
4일(한국시각) 개막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캐딜락 챔피언십은 플로리다주 동남부 마이애미 지역에서 명성이 높은 ‘트럼프 내셔널 도럴 마이애미’의 블루몬스터 코스에서 열린다.
트럼프는 이 골프장 주인이다. 그는 2012년 파산 위기에 몰린 ‘도럴 골프 리조트 앤드 스파’ 사들여 이름을 ‘트럼프 내셔널 도럴 마이애미’로 바꿨다. 실제 골프계와 트럼프의 인연은 깊다. 트럼프는 전세계 골프 클럽 17곳을 운영하면서 골프계 부흥에 많은 도움을 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 대선에 뛰어든 후 쏟아낸 막말에 골프계도 불편한 심정이다. 흔쾌히 그의 골프장에서 경기를 진행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트럼프는 미국 국경을 넘어오는 멕시코인은 다 살인범이고 강간범이라고 말한 바 있다. 또 이슬람교도의 미국 입국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PGA투어는 멕시코는 물론 중남미 투어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이슬람교도가 압도적인 중동도 PGA투어가 신경 쓰는 시장이다. 트럼프의 막말은 이런 PGA투어의 골프 세계화에 걸림돌이다. 이에 PGA투어는 성명을 통해 “골프가 추구하는 관용과 포용의 정신에 배치된다”고 트럼프의 발언에 반대한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 소유 골프 경기장에서 경기 개최가 예정된 골프 관련 단체들의 고민은 깊다. 2017년 US여자오픈과 2022년 PGA 챔피언십 등이 트럼프 소유 골프장에서 개막 예정이다.
4일 개막한 캐딜락 챔피언십은 상황이 더 난감하다. 트럼프는 이 골프장 주인이 된 뒤 매년 캐딜락 챔피언십 시상식에 빠짐없이 모습을 드러내 우승자에게 챔피언 트로피를 수여하고 함께 사진을 찍는가 하면 일장 연설을 하는 등 요란을 떨었다. 이 때문에 대놓고 오지 말라고 하기도 곤란하고 그렇다고 트럼프가 대회 시상식에서 어떤 막말을 쏟아낼지 모르는 상황을 놔둘 수도 없는 처지가 됐다.
앞서 트럼프의 막말에 미국골프협회(PGA)는 지난해 10월 로스앤젤레스의 트럼프 내셔널 골프클럽에서 열려던 PGA 그랜드슬램 대회를 취소했다. PGA투어는 현재 열리고 있는 캐딜락 챔피언십의 개최지마저 옮기려 했었다. 그러나 트럼프는 “우리 골프장보다 더 좋은 코스가 플로리다에 없다”며 “그들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결국 캐딜락 챔피언십은 예정대로 그의 골프장인 마이애미 트럼프 내셔널 도랄의 블루몬스터 코스에서 열리고 있다.
트럼프는 2일 치러진 공화당 대통령 후보 경선의 최대 승부처 ‘슈퍼 화요일’에서 대승을 거둬 유력한 차기 대통령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PGA투어는 더 입장이 난처해졌다. 유세 일정의 일환으로 그가 대회장에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PGA는 조던 스피스(23ㆍ미국)와 제이슨 데이(29ㆍ호주), 로리 매킬로이(27ㆍ북아일랜드)가 올 들어 첫 맞대결을 펼친다고 해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특급대회 캐딜락 챔피언십에 트럼프가 등장할까 봐 우려하고 있다.
베테랑 필 미켈슨(46ㆍ미국)은 “우리는 트럼프가 골프의 발전을 위해 했던 일들에 대해서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도 “그의 발언들에는 동의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이들이 이상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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