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사립 중고등학교 교장들이 시내의 모든 중고교에 친일인명사전을 보급하겠다는 서울시교육청에 대해 “학교의 자율권을 침해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서울사립중ㆍ고교교장회(회장 조형래 배명고 교장)는 4일 성명을 내고 “학교마다 도서를 구매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있다”며 “시교육청은 일선 학교를 이념 논란의 장으로 만들지 말고 사전 구입과 이용에 관한 결정을 학교 자율에 맡겨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친일인명사전이 정치적 편향성을 담은 저작물인지는 판단을 유보하겠다”면서 “교장이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구입 여부를 정하도록 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 달 사전 구매를 거부한 학교장에게 상임위 출석을 요구한 서울시의회에도 “교장의 학교 운영권과 학교운영위원회의 의사결정권을 침해하는 것”이라며 “이를 즉각 중단하지 않으면 전국 사립학교와 연대해 강력한 (사전 보급) 저지투쟁에 나서겠다”고 했다. 서울사립중ㆍ고교교장회는 시내 사립 중ㆍ고교 312개교 교장이 회원으로, 297개 학교가 성명 발표에 동의했다. 시교육청이 내려 보낸 사전 구입 예산 집행을 거부하거나 보류하겠다고 밝힌 학교는 사립 6개교다. 이들 학교 교장들은 모두 시의회 출석 요구에 불응한 상황이다.
김문수 시의회 교육위원장은 “사립학교 교장에게 출석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출석 요구가 과도하다는 주장은 헌법에 규정된 지방자치 정신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사전 구입 예산은 일반적인 도서 구입비가 아니라 의회가 사용처를 특정해 편성한 목적사업비인 만큼 각 학교는 이를 집행할 의무가 있다”고 기존방침을 재확인했다.
김민정기자 fac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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