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올해 국방예산을 7∼8% 정도만 증액하기로 했다. 최근의 성장 둔화세를 반영함과 동시에 남중국해 분쟁 등에서 방어적 태도를 취하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푸잉(傅瑩)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대변인은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전인대 개막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국방예산은 증가 추세를 유지하지만 증가폭은 최근 몇 년보다 낮아진 낮아진 7∼8% 구간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방예산을 결정하는 두 가지 요소로 국방건설 수요와 경제발전 및 재정수입 상황을 거론했다. 국방예산 증가율 수치는 5일 전인대 개막식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중국의 국방예산 증가율은 세계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제가 크게 위축됐던 2010년(7.5%)을 제외하고는 1989년 이래 매년 두자리수 증가율을 보여왔다. 작년에 바오치(保七ㆍ7%대 경제성장) 달성이 어려웠을 때도 전년 대비 10.1% 늘어난 8,869억위안(약 164조4,100억원)을 책정했다.
특히 올해에는 남중국해 영유권과 군사기지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의 한반도 배치 등을 놓고 미국 및 주변국과 갈등이 높아진 만큼 국방비가 대폭 늘어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일각에선 20~30% 증액 가능성까지 나올 정도였다. 이와 관련,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중국 지도부가 목표로 내건 샤오캉(小康ㆍ중산층) 사회 건설을 위해서는 중서부 지역 개발과 빈부격차 해소, 공급 측 개혁 등에 막대한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면서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재정수입 감소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군비 경쟁에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국방예산 격차를 단시간에 따라잡기 위한 무리수보다 정치적 명분에 집중했다는 것이다. 푸 대변인은 “남중국해에 첨단 군용기와 군함을 가장 많이 파견하는 미국이야말로 군사기지화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중국 인민 모두가 지지하는 남중국해 인공섬 건설은 방어능력을 강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 대변인은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대해 “엄격히 준수할 것”이라면서도 “조선(북한) 핵 문제는 평화적 협상과 6자회담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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