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3차례 핵실험 제재 때와 달라
ICBM 시험ㆍ국지도발 이어질 수도
북한이 3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결의가 채택된 지 10시간 만에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했다. 제재 국면 이후 점차 도발의 강도를 높여 나가는 ‘단계별 전략’을 구사할 것이란 관측이다. 북한은 앞서 3차례 핵실험 당시 대북 제재에 항의하는 첫 신호로 단거리 미사일을 쏘아댔지만 제재 결의 채택 당일 곧바로 반응한 전례가 없다.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연속적으로 이어질 도발의 예고편이고, 앞으로 중장거리 미사일, 더 나아가 5차 핵실험까지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예상이다.
북한이 대북 제재 결의가 하루도 지나지 않아 말이 아닌 행동으로 반격에 나선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북한은 지난 2차, 3차 핵실험에 대한 대북 결의(2009년 6월 12일, 2013년 3월 7일)가 채택된 이후 각각 7월 초와 5월 중순에 단거리 미사일을 연달아 발사했다. 짧게는 3주, 길게는 두 달 넘게 침묵했던 것이다. 정부 당국자는 “다음주 한미연합훈련 시기를 감안한 것으로도 보인다”고 말했다. ‘안보리 제재에 대한 반발용’으로 콕 집어 보여줄 수 있는 시점을 노렸다는 뜻이다. 물론 이번 안보리 제재가 역대로 가장 긴 56일 만에 도출된 것도 북한이 서둘러 대응에 나선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단거리 미사일은 동해상으로 발사해 대남용 성격이 큰 만큼, 앞으로 미국 등을 향한 무력 시위 차원에서라도 북한은 중거리, 장거리 미사일로 도발 수위를 높여나갈 것이란 전망이다. 미국 본토까지 겨냥할 수 있는 이동식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KN-08의 시험 발사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 발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서해북방한계선(NLL) 국지도발도 예상 가능한 도발패턴이다.
특히 오는 7일부터 한미연합훈련인 키리졸브(KR) 연습과 독수리훈련이 예정돼 있어, 북한은 릴레이 미사일 도발에 나서며 긴장 국면을 장기간으로 끌고 갈 수도 있다. 지난해에도 북한은 KR 연습 첫날 탄도미사일을 발사하고, 종료 전날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지대공 미사일 7발을 발사하는 등 ‘타이밍 도발’로 무력시위 효과를 극대화했었다.
북한이 미사일 능력을 한껏 과시하려는 데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을 부각시키려는 노림수도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관계자는 “북한 역시 도발 자체가 목적이기 보다는, 저강도와 고강도 도발과 무력시위를 오가며 우리 내부의 남남갈등을 유발시키고 중국으로 하여금 대화와 협상 목소리를 키우기 위한 의도가 더욱 클 것”이라고 말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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