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혜정/사진=KLPGA 제공.
스물다섯 최혜정의 골프 인생은 드라마틱하다. 데뷔 후 6년 만인 지난해 정규 투어에 입문한 그는 전반기 출전한 12개 대회에서 한 차례 기권과 6회 탈락을 하고 하반기에서도 부진을 이어가 투어 시드권을 1년 만에 내줄 위기에 놓였었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5개 대회에서 5, 17, 26, 4, 1위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뒀다. 최혜정은 11월 열린 시즌 마지막 대회 조선일보ㆍ포스코 챔피언십서 박성현을 3타차로 제치고 처음으로 정상에 섰다. 시드권 박탈 위기에서 '챔피언'이라는 드라마를 쓴 것이다. 올해도 정규 투어에서 뛰게 된 그는 2일 본지에 근황과 함께 앞으로의 계획들을 전했다.
- 비시즌 훈련 이외 시간에는 무엇을 하며 지냈나.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해 뜨개질, 쿠션 만들기, 베이킹 등을 하며 지냈다. 시즌 때는 많이 하지 못한 독서나 영화 감상도 즐겼다. 이석원 작가님의 '보통의 존재'와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등을 읽었다. 우연한 기회에 책을 재미있게 읽고 나니 계속 읽게 됐다. 영화는 최근에 '남과 여', '데드풀' 등을 봤다. TV 시청은 별로 하지 않지만, JTBC '냉장고를 부탁해'나 MBC '무한도전' 정도는 종종 보고 있다."
-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서 겨울 훈련을 한 것으로 안다. 어떠한 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나.
"지난해 12월 28일에 출국해 지난달 22일에 귀국했다. 샷과 관련해 뚜렷한 강, 약점이 있진 않다. 전체적으로 잘 되거나 전체적으로 잘 안 되는 경우가 많다. 겨울 훈련을 떠날 때 퍼팅 보완을 목표로 했지만, 조급하니 더 안 됐다. 그래도 앞으로 목표는 숏게임에 두고 훈련할 계획이다."
▲ 최혜정/사진=본인 제공.
- 첫 우승에 대한 여운이 지금도 있나.
"대회 마지막날 17번홀서 버디한 순간 현장에 계시던 아버지나 동생들, 지인들은 다 울었다. 당일에도, 다음날도 우승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더라. 대회 영상도 오늘(2일) 처음 봤다."
- 또래보다 늦은 나이에 우승했다.
"정규 투어에 늦게 와 늦게 우승한 만큼 앞으로 뭔가 해내 보이고 싶다. 어릴 때 데뷔해서 5~6년 반짝하고 사라지는 선수가 아니라 최소 향후 10년 이상 영향력을 발휘하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나이가 들면 그만할 때 됐다'는 편견을 깨 버리고 싶다. 요즘에는 결혼하고 다시 복귀하거나, 나이가 들어도 공을 치는 선배들이 많다. 보란 듯이 오랫동안 즐겁게 투어에서 뛰고 싶다."
- 올해 첫 출전 대회는 언제인가. 올 시즌 각오는.
"10일부터 중국서 열리는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에 출전할 예정이다. 7일 출국한다. 올 시즌 3승이 목표다. 물론 우승하고 싶다고 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그냥 더 즐겁고 나에게 집중하는 한 해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묵묵하게 열심히 하다 보면 좋은 기록들은 따라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 KLPGA에서 좋은 성적을 올린다면 해외 진출도 해볼 생각인가.
"앞으로 2년은 무조건 한국서 뛸 생각이다. 이후 기회가 된다면 미국, 일본, 유럽 등 경험 삼아 가보고 싶긴 하다. '이런 세상이 있구나'라는 느낌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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