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한도 2000만원→5000만원
보험사ㆍ당국, 공동 고발ㆍ수사 의뢰
“소송 남발로 보험금 지급 지연”
소비자 피해 우려 목소리도
국회에서 2년 넘게 계류 중이던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이하 특별법)이 3일 본회의를 통과됐다. 특별법은 보험사기를 일반 사기와 별도로 분류해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이 골자. 보험사들은 특별법 제정으로 보험금 누수의 주범인 보험사기가 대폭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크게 환영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선의의 고객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별법에 따르면 앞으로 보험사기범은 일반 사기범보다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현행 형법상 사기죄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지만 특별법은 보험사기죄 형량을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높여 규정했다. 특히 상습 보험사기범이거나 보험사기 금액이 클 경우엔 가중처벌한다.
또 그 동안은 보험사가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건에 대해서 자체적으로 관할 수사기관에 고발하거나 수사를 의뢰했지만, 앞으로는 금융위원회에 보고하고 금융당국과 보험사가 공동으로 고발 또는 수사 의뢰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보험사와 계약자 간 사적인 분쟁으로 봤다면 이제는 보험사기 관련 사건에 초기부터 공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취지라고 금융당국은 설명했다.
보험업계에서는 특별법 제정으로 보험사기에 대한 안일한 사회적 인식에 경각심을 줄 수 있다고 기대한다. 실제로 보험사기 적발 금액은 4,533억여원(2012년)에서 5,997억여원(2014년)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다. 업계는 이마저도 실제 보험사기 규모의 20%도 안 되는 수준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심지어 과거 생계형 범죄로 취급되던 보험사기는 날로 조직화, 흉포화, 지능화되며 강력범죄로 꾸준히 진화 중이다. 지난해 3월 보험금을 노리고 제초제를 탄 음료수를 마시게 하는 수법으로 전남편, 시어머니, 재혼한 남편을 차례로 살해한 사건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경미한 수준에 머문다. 생명ㆍ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징역형 선고 비율은 보험사기범(22.6%)이 일반사기범(45.2%)의 절반에 불과한 반면, 벌금형 선고는 보험사기범(51.1%)이 일반사기범(27.1%)보다 약 2배 정도 높다.
더 큰 문제는 보험사기로 인한 피해가 다수의 국민들에게까지 전이된다는 점이다. ‘보험사기→보험금 누수→보험료 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업계는 보험사기로 가구당 20만원(국민 1인당 7만원) 이상의 보험료를 초과 부담하고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단순히 민영보험사에만 피해를 입히지도 않는다. 생명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사기 중 상당수가 의료기관의 과잉진료나 허위입원 등과 관련이 있어 건강보험의 재정악화를 초래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오랜 숙원이었던 특별법 제정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생명보험협회는 “미국의 경우 보험사기로 인한 살인은 종신형과 벌금을 함께 부과하는 강력한 처벌을 하고 있다”며 “특별법을 통해 보험사기로 발생하는 사회적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별법 제정만으로 보험사기가 근절될 수 있다는 생각은 지나친 낙관이라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이기욱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단순히 형량을 높인다고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그 전에 보험사가 언더라이팅(보험계약 인수 심사)을 더 엄격하게 하도록 하는 등 사기를 예방하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특히 소비자 피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처벌 수위가 높아져 과거보다 선언적인 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보험사가 보험사기 조사를 이유로 소송을 남발해 보험금 지급이 늦어지는 등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옥진기자 clic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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