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의 택, 파산 계기 재주목
제3자 연대보증제 폐지 이전
보증 선 사람들 여전히 빚더미에
최근 5년 채무 조정 신청 1만여명
미등록 대부업체선 여전히 요구
서민ㆍ영세 자영업자 위험 무방비
“제도 정비ㆍ감독 강화” 목소리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빚 보증 알거지’ 발언에 이어 드라마 ‘응답하라 1988’로 인기를 얻은 배우 박보검씨가 연대보증을 선 뒤 파산했다는 게 알려지면서 관련 제도의 재정비 필요성이 다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연대보증제를 폐지했다지만 그 이전에 연대보증을 선 이들은 여전히 그 덫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등 구멍이 적지 않은 탓이다.
연대보증은 돈을 빌린 사람이 빚을 갚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대신 갚을 사람을 정해놓는 제도다. 하지만 빚 보증으로 전 재산을 잃는 피해자가 속출하자 정부는 2012년 은행권, 2013년 제2금융권에서 제3자 연대보증제를 폐지했다.
문제는 그렇다고 모든 연대보증이 없어진 건 아니라는 점이다. 최용호 금융위원회 산업금융과장은 3일 “채무자가 가족, 친구 등을 보증인으로 세우지 못하게 한 것”이라며 “법인대출 시에는 여전히 대표자를 보증인으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용보증기금ㆍ기업보증기금에서 대출받은 설립 5년 이하 신생기업에 한해 올해부터 대표자 연대보증을 면제해 주고 있다.
특히 제3자 연대보증제 폐지 이전에 보증을 선 사람들은 여전히 빚더미의 무게에 짓눌리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2010~2015년 연대보증으로 채무조정을 신청한 사람은 1만655명, 연체액은 4,243억9,799억원에 달한다. 1인당 평균 연체액은 3,983만원이다. 유명인 중에서도 연대보증으로 어려움을 겪은 이들이 적지 않다. 유일호 부총리는 지난 1월 인사청문회에서 “1996년 부인과 함께 지인의 창업에 연대보증을 섰다가 잘못돼 집을 경매 처분하는 등 한때 알거지로 지냈다”고 말했다. 개그맨 김구라ㆍ윤정수, 연기자 이계인씨도 보증으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배우 박보검씨 역시 2008년 아버지가 대부업체에서 3억원을 빌릴 때 연대보증을 섰다가 빚이 6년 만에 7억9,600만원으로 불어났다.
대부업체도 연대보증 폐지의 사각지대다. 2013년 금융당국은 대부업체에게 자율적으로 제3자 연대보증을 없애라고 권고했으나 지키지 않더라도 강제할 수단이 없다. 정종식 신용회복위 수석조사역은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사라진 제3자 연대보증이 미등록 대부업체에선 여전히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신용이나 담보가 취약해 제도권 금융에서 대출받기 어려운 서민ㆍ영세 자영업자 등이 고금리 대부업체 문을 두드린다는 점에서 연대보증 피해는 통계에 잡힌 것보다 더 클 수밖에 없다.
대부업체에 대한 관리감독이 쉽지 않은 점은 이런 우려를 더 키우는 부분이다. 지난해 전국에 등록된 대부업체 8,694곳 중 자산규모가 100억원 이상인 법인은 165곳에 그칠 정도로 중소ㆍ영세업체가 많아 관리에 한계가 있다. 대부업체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인력부족도 문제다. 서울에만 2,900여개 대부업체가 있지만 관리 인력은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를 합쳐 20여명에 그친다.
신용회복위 관계자는 “신용회복지원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는 게 연대보증 피해를 줄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며 “금융당국도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용회복위는 15억원 이하 연대보증 피해액을 최대 절반까지 감면해주는 제도 등을 운영 중이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