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가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7개 주를 석권하며 대승을 거두자 미국 정치권뿐 아니라 사회 전체가 혼란에 휩싸였다. 일부에서 ‘탈(脫)미국’ 움직임이 나타날 정도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시나리오를 우려하는 미국 내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에 따르면 슈퍼 화요일 직후 온라인으로 캐나다 이민 방법을 알아보는 미국인들이 크게 늘어났다. 인터넷 사이트 구글에서 “캐나다로 이주하는 방법”이 검색된 횟수는 11개 주 공화당 경선 결과가 확정된 2일 자정부터 서서히 늘기 시작해 오전 8~9시까지 10배 넘는 폭증세를 보였다. 타임은 미국인이 캐나다 영주권을 취득하려면 38일이 걸리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탄생할 11월까지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캐나다 이민에 대한 검색량이 가장 많은 곳은 매사추세츠 주였다. 매사추세츠는 하버드대학을 포함해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즐비한 탓에 자유주의 성향이 강한데, 이 지역에서조차 트럼프가 49%의 득표율로 압승하자 주민들이 “미국을 떠나자”는 식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것으로 분석된다. 타임은 “슈퍼 화요일을 통해 트럼프를 지지하는 여론을 목격한 시민들의 실망감과 두려움이 이런 현상으로 표출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미국인들의 움직임에 주변국도 동조하고 있다. 캐나다 노바스코샤 주 케이프브레턴 섬에 거주하는 로브 캘러브리즈는 트럼프의 공약을 비난하며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그는 웹사이트에 “이 섬에선 무슬림이 자유롭게 활보할 수 있고 여성도 합법적으로 낙태를 선택할 수 있다”며 “우리의 유일한 벽은 집 지붕을 떠받치는 벽”이라는 글을 올렸다. 트럼프가 내놓은 무슬림 배척 입장이나, 불법 이민자를 막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사이 벽을 세우겠단 공약을 정면 비판한 내용이다.
미국 사회의 우려를 반영하듯 언론은 제각기 ‘트럼프 대통령’이 가져올 미래를 상상해 보기도 했다. CNN은 2일 “고문은 분명히 효과가 있다”는 등 트럼프의 역대 발언을 정리해 보도했다. 방송은 트럼프가 멕시코 장벽을 세우려 한다 해도 의회가 수십억 달러의 예산을 통과시켜줘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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