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프로야구를 평정한 슬러거지만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메이저리그 데뷔전은 떨릴 수밖에 없었다.
박병호(30ㆍ미네소타)는 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 제트블루 파크에서 열린 보스턴과의 시범경기에 6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으나 두 차례 ‘3구 삼진’을 포함해 3연타석 삼진으로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박병호는 1회초 2사 만루에서 보스턴의 왼손 유망주 헨리 오웬스에게 공 3개로 헛스윙 삼진을 당했고, 3회 초 2사 1ㆍ2루에선 바뀐 우완 노 라미레즈에게 또 다시 헛스윙 3구 삼진, 5회초 1사 1루에서는 왼손 브라이언 존슨과 상대해 루킹 삼진으로 각각 물러났다.
박병호는 경기 후 “오늘은 성적을 떠나서 좋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한다”며 메이저리그에서 첫 발을 뗀 것에 의미를 부여였다. 박병호는 11개의 공 중 안타와 볼넷 없이 방망이에 맞힌 건 5회 빗맞은 파울 딱 1개뿐이었다. 그는 “오랜만에 경기를 했고 (메이저리그 투수를) 처음 상대해봤다”며 “(한국 프로야구와) 다르다기보다는 투수에 대한 정보 없이 경기를 나갔고, 오랜만에 경기를 했고 첫 경기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다소 긴장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며 “말 그대로 첫 경기다. 지나치게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기분이 좋고, 첫 경기를 치렀다는 점이 기쁘다”고 밝혔다.
박병호는 국내에서 홈런왕 4연패를 달성하고 포스팅(비공개 경쟁입찰) 금액까지 더해 4년 2,485만 달러에 미네소타 유니폼을 입었다. 올 겨울 미국에 진출한 코리안 빅리거 4명 가운데서도 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다.
폴 몰리터(60) 미네소타 감독도 “흥분했을 것이 뻔하고, 약간 긴장했을 가능성도 있다. 그가 여기에 온 이후로 관심이 한꺼번에 집중되고 있다”면서 “그냥 그의 등을 두드려 주고 인내심을 기르라고 할 수밖에 없다. 박병호는 이곳의 야구와 문화를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는 단계일 뿐”이라고 두둔했다. 박병호는 침묵했지만, 미네소타는 보스턴에 7-4로 승리했다.
김현수(28ㆍ볼티모어)도 이틀째 무안타로 침묵했다. 그는 플로리다주 새라소타의 에드 스미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애틀랜타와의 시범경기에 2번 타자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3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그는 첫 시범경기였던 전날에도 3타수 무안타로 고개를 숙였다. 1회말 첫 타석에서 애런 블레어를 상대로 초구를 공략, 3루 땅볼로 물러난 김현수는 3회말에는 바뀐 투수 크리스 엘리스에게 우익수 플라이로 막혔다. 5회말 마지막 타석에서는 앤드루 맥키라한을 만나 풀카운트 승부를 펼쳤지만, 다시 1루 땅볼로 아웃됐다. 볼티모어는 애틀랜타에 4-11로 졌다.
루키들이 고전한 가운데‘맏형’ 추신수(34ㆍ텍사스)도 애리조나주 서프라이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전에 2번 우익수로 시범경기 첫 출전했지만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한국 선수 가운데 첫 안타를 신고한 건 최지만(25ㆍLA 에인절스)으로 그는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의 시범경기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를 기록했다. 빅리그 진입을 노리는 이학주(26ㆍ샌프란시스코)는 6회말 유격수 대수비로 교체 출전해 7회말 타석에서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한편 오승환(34ㆍ세인트루이스)은 시범경기가 아닌 현지 대학팀을 상대로 한 연습경기였지만, 첫 실전 등판에서 위력적인 투구를 선보였다. 오승환은 플로리다주 주피터 로저딘 스타디움에서 열린 플로리다 애틀랜틱 대학과 연습 경기에서 1이닝 무피안타 무실점을 기록했다. 투구 수는 12개였고, 구속은 90마일 초반까지 나왔다. 경기 후 마이크 매서니 세인트루이스 감독은 USA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오승환은 자기 공을 던질 줄 아는 투수”라고 호평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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