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47), 신태용(46), 최용수(43).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40대 사령탑의 기수들이다. 각자 올 시즌 준비에 분주하다. 홍명보항저우 그린타운 감독은 6일 프로축구 K리그 정규리그 개막을 기다리고 있다. FC서울 최용수 감독은 13일 K리그 클래식 개막에 앞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승승장구 중이다. 세계최초 올림픽 축구 8회 연속 진출 쾌거를 거둔 신태용 올림픽대표팀 감독은 8월에 있을 본선 구상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뭔가 허전하다. 이들과 함께 늘 거론되던 한 사람이 빠져있다.
바로 황선홍(48) 전 포항 스틸러스 감독이다.
작년 시즌을 끝으로 포항 지휘봉을 내려놓은 그는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쏟아지는 인터뷰 요청도 대부분 거절했다. 2007년 말 부산 감독을 시작으로 약 8년 간 쉼 없이 달려오느라 가족들에게 소홀했는데 이번에 모처럼 ‘가장’ 노릇을 했다. 이어 독일 분데스리가를 재충전의 무대로 삼았다. 황 감독 측근은 “얼마 전부터 헤르타 베를린 구단에서 연수 중이다”고 전했다. 팔 다르다이(40) 감독이 이끄는 헤르타 베를린은 올 시즌 돌풍의 주인공이다. 최근 몇 년 동안 늘 강등권을 오갔지만 올 시즌은 1위 바이에른 뮌헨, 2위 도르트문트에 이어 3위다. 황 감독은 헤르타 베를린의 선전 비결을 가장 가까이서 체득하고 있다. 단순히 경기만 보는 ‘수박 겉핥기 식’이 아니다. 이 측근은 “다르다이 감독의 배려로 외부에 보여주지 않는 비공개 훈련도 (황 감독이)참관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분데스리가 팀들은 유소년 클럽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는데 황 감독은 이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다. 헤르타 베를린 유스 코치 출신인 다르다이 감독은 ‘화수분 축구’라 불릴 정도로 많은 유스 스타를 배출한 황 감독과 자주 의견을 교환한다.
황 감독은 유럽 연수가 처음이 아니다. 선수 은퇴 직후인 2003년, 전남 드래곤즈 코치에서 물러난 2007년 잉글랜드에서 유학을 했다. 하지만 그 때는 구단 내부로 깊숙하게 들어가지는 못했다. 잉글랜드 유학시절 제대로 된 공부에 목말랐던 그는 이번에는 독일로 가기 전 준비를 철저히 했다. 헤르타 베를린 외에 도르트문트, 묀헨글라드바흐(4위) 등 분데스리가에서 상위 클럽들에서 연수를 받기로 확답을 받아놨다. 이탈리아로 넘어가 AS로마도 방문한다. 구단들의 협조를 얻는데 정몽규(54) 대한축구협회장이 써준 추천서도 큰 도움이 됐다. 황 감독은 유럽 시즌이 끝나면 귀국했다가 6월에는 유로2016이 열리는 프랑스로 갈 예정이다. 선진 축구의 흐름을 한 눈에 읽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황 감독은 작년 말 포항을 떠나며 “현실에 안주하고 싶지 않다. 지금이 아니면 그만들 수 없을 것 같다. 나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말대로 조용하지만 알차게 제2의 지도자 인생을 준비 중이다.
윤태석 기자 sporti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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