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버드대가 산스크리트어로 쓰인 인도 힌두교 경전 수십 권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을 주도하려 하자 인도의 주요대학 교수들이 일제히 반대하고 나섰다. 오역은 물론 중립적이지 못한 번역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표면적인 반발의 이유이다.
2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 델리 대학 산스크리트어과 학과장인 라메쉬 바흐아드와지 등 인도 대학 교수 132명은 미 컬럼비아 대 셀던 폴락 교수가 번역하고 하버드대 출판사가 발간을 준비 중인 경전 출판에 반대하는 청원 운동을 시작했다. 이들은 서명 운동 전용 인터넷 사이트인 ‘Change.org’에 “인도 경전 번역을 미국의 아이비리그 대학들에 맡겨서는 안 된다”라며 “인도의 진정한 정신이 왜곡되어 전해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집단 행동에 나선 이유를 밝혔다.
인도의 학자들이 미국 대학의 산스크리트어 경전 번역에 이처럼 민감하게 대응한 이면에는 산스크리트어 전문 교육기관을 늘리는 등 적극적으로 인도의 정체성 확립 운동을 펼치고 있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WP는 “모디 총리가 내세우고 있는 힌두 민족주의에 비판적인 시각을 유지해온 폴락 교수가 못마땅한 인도 지식인 사회의 반발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원준 인턴기자(고려대 정치외교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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