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끌려다니는 與 타깃
“양극화 해소 전혀 안돼” 맹공
이념 대신 경제실정 집중 부각
“야권 승리 위해선 힘 합쳐야”
국민의당 향해 직접 깜짝 제안
‘삼일절 회군’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정국을 정리한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이번에는 3대 총선 화두를 던졌다. 이념 대 경제(구도), 박근혜 대통령과 대통령에 끌려 다니는 새누리당(타깃), 여야의 1대 1 대결(방식)을 주요 이슈로 삼고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압박전에 나선 것. 인재 영입, 현역 컷오프(공천배제), 전략공천지역 발표 등 선거전 초반 주요 이슈를 주도하고 있지만 여전히 선거 판세가 불리하다는 판단에서 김 대표가 또 한 번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김 대표는 2일 오전 비상대책위윈회 회의부터 ‘야권 통합’ 카드를 꺼냈다. 그는 “국민 여망에 부응하고 4ㆍ13 총선 승리를 위해 야권이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야권 통합을 공식 제안했다. 김 대표는 ▦선거가 42일밖에 남지 않은 점 ▦국민이 지난 3년간 박근혜 정부가 해온 정치ㆍ경제ㆍ사회ㆍ외교 모든 분야의 실정을 심판하려는 점을 이유로 제시했다. 더민주 고위 인사는 “야당 통합 부분은 대표가 직접 써넣었다”며 “판을 한 번 제대로 흔들겠다는 김 대표의 승부사 기질에 또 한 번 놀랐다”고 했다.
사실 김 대표는 대표 취임 직후 야권 후보 연대에 부정적이었다. 그는 지난주 본보 인터뷰에서도 “당을 쪼개고 나간 사람들(국민의당)인데, 후보 연대를 할 거면 나가지 말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 김 대표가 야권 통합을 꺼내 들자 정치권은 크게 술렁였다. 당 관계자는 “일여다야 구도로는 선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다 아는 일이고 김 대표도 때를 기다려 보겠다는 뜻”이었다며 “각 당이 후보를 확정하면 당 차원의 통합이나 연대의 기회는 사라질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고 전했다.
김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을 두고 한 야당 인사는 “안철수 천정배 김한길 의원 등 주요 인사들의 입장 차를 도드라지게 해 국민의당 내분을 부추기는 시도”라며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하락세인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스런 제안”이라고 해석했다. 심지어 김 대표는 “더민주를 탈당한 대다수가 당시 지도부(문재인 전 대표)의 문제를 걸고 탈당했는데 이제 그 명분이 다 사라지지 않았나”라며 탈당파 인사들의 아킬레스건을 건드렸다. 설사 국민의당이 거절해도 김 대표로선 야권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는 인상을 남길 수 있다.
김 대표는 이념을 총선 주요 이슈로 삼으려는 정부ㆍ새누리당에 맞서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책을 집중 부각해 ‘이념 대 경제’의 프레임(선거구도)를 만들겠다는 의지도 확인했다. 그는 이날 “우리 경제가 당면한 양극화 문제가 거론된 지 10여 년인데 해소 조치가 전혀 취해지지 않고 있다”며 “총선을 계기로 양극화에 대한 지대한 관심을 갖고 공약을 제시하겠다. 그렇게 우리 사회가 평등해져야지 내부 안정이 이뤄지고 경제와 안보가 튼튼해 질 수 있다”고 했다. 김 대표가 당 안팎의 거센 반발에도 필리버스터 정국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이유도 자칫 이념 문제를 앞세우려는 정부, 여당의 프레임에 갇히고 정작 야당이 공격해야 할 박근혜 정부의 경제 실책을 다룰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김 대표가 박영선 의원, 이용섭 전 의원 등을 비대위에 포함시키고 주진형 전 한화증권 사장(총선정책공약단 부단장), 곽수종 전 삼성증권 수석연구원(대표 정무특보) 등 경제민주화를 놓고 꾸준히 교감해온 인사들을 전진 배치 한 것도 경제 이슈에 올인(다 걸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날 더민주 총선공약개발단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 8년의 경제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사회 양극화 현상 해소를 위한 ‘777플랜(쓰리세븐 플랜)’을 제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아울러 김 대표는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만 쫓아 다니는 존재’라는 점을 부각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테러방지법 처리에서도 볼 수 있듯 선거구 획정, 쟁점 법안 등 주요 이슈 때마다 협상이 꼬이는 것은 야당의 발목잡기가 아닌 청와대 눈치만 보는 여당의 협상력 부재가 더 큰 원인이란 점을 홍보할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더민주에서는 잘 쓰지 않았지만 필요하다면 읍소하고 ‘약자 코스프레’를 해서라도 물고 늘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비대위원인 박영선 의원이 전날 필리버스터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이며 내 아들 딸이 감시 당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 4월13일 야당을 찍어 달라”며 “그렇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영원히 내 아들 딸이 기를 못 펴고 사는 그런 나라가 된다. 기득권 권력에 복종하는 나라가 된다”고 울부짖듯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박상준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김회경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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