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등록제 시행으로 본격화
세입자 모집ㆍ보수 등에 역할 한정
영역 확장 땐 중개업소 타격 예상
서울 강서구 화곡동에서 공동주택 5가구를 임대중인 김모(65)씨는 올 겨울 내내 세입자 때문에 골머리를 앓았다. “한파에 수도가 얼었다” “월세 낼 돈이 없다” “보일러가 고장 났다” 등 각종 민원에 시달린 것이다. 김씨는 이 참에 주택임대관리업체를 이용해볼까 고민 중이다. 가구당 월 5만원 정도만 부담하면 이런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소득은 줄겠지만 세입자와 갈등을 겪지 않아도 되고, 공실 우려에서도 벗어날 수 있다고 들었다”며 “하지만 업체를 이용하면 소득이 낱낱이 공개돼 안 내던 세금을 부담해야 해 선뜻 결정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임대시장이 급속도로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주택임대관리업이 뜨고 있다. 월세 가구 증가에 따라 임대관리 수요도 함께 늘고 있는 것. 외국 전문업체나 대기업도 이 시장에 속속 뛰어들고 있다.
임대관리업에 뛰어드는 대형자본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택임대관리 서비스 시장의 문을 처음 두드린 대형 자본은 일본 업체들이다. 포화상태에 이른 일본 시장을 대신할 신시장으로 한국을 택한 것이다. 김찬호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십년 동안 쌓인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분석한 결과, 수익구조를 가질 수 있다고 보고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업체들이 진출한 형태는 국내 업체와의 합작을 통해서다. 일본 최대 임대주택 건설업체인 다이와하우스공업이 대표적이다. 코스피 상장사인 케이탑리츠와 최근 업무협정을 맺고 5년 내 임대주택 3,000가구 이상을 공급하며 선진 임대운영 노하우를 전수키로 했다.
건설업체만이 아니라 부동산관리(다이와리빙ㆍ레오팔레스21) 경비보안(일본종합경비보장)등 다양한 일본 업체가 국내로 들어오고 있다. 일본 조립식 주택 생산 업체인 카세창고도 조만간 국내 진출을 선언할 예정이다.
국내 대기업들도 최근 해외수주 부진과 국내 주택경기 불확실성이 커지자 임대관리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대림산업 롯데건설 한화건설 동부건설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은 임대관리업 등록까지 마쳤고, GS건설 현대건설 등 다른 대형 건설사들도 진출을 적극 검토 중이다. 2013년 삼성에버랜드로부터 건물관리사업을 넘겨받은 에스원은 건물관리서비스를 통해 연간 1조원의 매출을 달성하겠다는 내부 경영목표도 세운 상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추후 임대주택 관리뿐만 아니라 월세 카드 결제, 카 셰어링 서비스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관리업 영역 확대 논란
주택임대관리업은 국내에선 2014년 2월부터 등록제 시행으로 본격화됐으나, 아직까지도 그 업역이 불명확한 게 사실이다. 현재는 지난해 통과한 기업형 임대주택 지원법에 따라 집주인을 대신해 세입자를 모집하고 임대료 수령에, 유지보수 등을 담당하는 역할로 한정돼 있다. 하지만 일본 등 선진국에서 관리업은 중개업무와 컨설팅, 감정평가, 법무 등 종합 부동산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념이다. 한국주택임대관리협회 관계자는 “일본에선 정부의 제도적 지원이 뒷받침 됐기 때문에 선도산업으로 육성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종합서비스로 업역이 확대될 경우 소규모 업체는 경쟁구도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게 문제다. 일본의 경우도 상위 10개사가 시장을 이끌 정도로 대형사 의존도가 높은 시장이다. 자칫 대기업 프랜차이즈 빵집 논란이 임대관리 시장에서도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특히 전국 9만곳에 달하는 부동산중개업소는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업역간 결합이 허용될 경우 거대자본을 골목 중개업소들이 이겨낼 재간은 없다”며 “임대관리업체가 중개업까지 담당하는 종합부동산회사로 발전하도록 놔두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대관리업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장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업역 확장은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기본 입장이지만 당장 나서지 못하는 것도 이런 논란을 우려해서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월세시장 본격화로 외국처럼 다양한 서비스 제공이 필수인 시대가 도래했다”며 “중개업소와 상생할 수 있는 임대관리 서비스 시장을 육성하는 것이 주요한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관규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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