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ㆍ11 테러의 주모자인 오사마 빈 라덴이 생전에 기후변화로 인한 인류의 위기를 우려하면서 적국 지도자인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려 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빈 라덴이 지하드(이슬람 성전)를 돕기 위해 300억원이 넘는 사재를 남긴 사실도 새롭게 밝혀졌다.
2일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은 오바마 행정부가 최근 추가로 공개한 빈 라덴 관련 문건과 그의 유언장 등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문건은 미국 정보당국이 2011년 5월2일 파키스탄 아보타바드의 은신처에서 빈 라덴을 사살할 당시 입수한 것들이다. 당시 자료 중 일부는 지난해 5월 처음 공개된 바 있다.
추가 공개분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빈 라덴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미 정보당국이 추정하는 ‘미국인들에게’란 제목의 편지다. 빈 라덴은 작성자 서명과 날짜가 적혀 있지 않은 이 편지에서 2007∼2008년 미국 금융위기가 대기업과 로비스트의 자본 통제, 그리고 미국 주도의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 전쟁 탓이라고 맹비난했다. 이어 빈 라덴은 “로비스트의 압박으로부터 당신들을 해방시킬 방법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을 통해서가 아니라 자유를 위한 커다란 혁명 착수를 통해서다”고 주장했다. 특히 “자유란 사담 후세인으로부터 이라크를 해방시키는 게 아니라 ‘버락 후세인(오바마 대통령)’을 해방시켜 그가 당신이 추구하는 변화를 이룰 수 있게 해주는 것”이라며 “오바마가 인류를 위협하는 (온실)가스로부터 세상을 구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한 빈 라덴이 지하드를 위해 2,900만 달러(약 358억원)를 남긴 사실도 유언장을 통해 드러났다. 빈 라덴은 사살 당시 미군이 입수한 문건 가운데 하나인 자필 유언장에서 이 돈을 “지하드를 위해, 알라를 위해 쓰라”고 밝혔다. 수단에 숨겨져 있는 것으로 알려진 빈 라덴 사재의 행방은 정확히 밝혀지지 않고 있다.
한편 유언장에는 미국 등의 정보기관들이 은신처를 좁혀오는 것에 대한 빈 라덴의 불안감이 생생하게 표현되어 있다. 한 편지에선 빈 라덴이 아내 중 한 명이 치과 진료를 위해 이란을 자주 방문하자 미 중앙정보국(CIA)이 그녀의 치아에 추적 장치를 심지 않을까 초조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현우기자 777hyunw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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