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미국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를 확정 짓자 현지 언론들은 “트럼프의 독주가 시작됐다” “더 이상 그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화당 지도부가 트럼프의 승리를 못마땅해 하고 있는 점을 겨냥해 워싱턴 포스트는 “공화당은 이제 어떻게 슬퍼해야 할지를 고민할 때”라고 평하기도 했다. 탈세의혹과 KKK단 연루설 등 트럼프에 대한 의혹이 집중적으로 불거졌는데도 예상 밖 압승을 거두자 공화당뿐 아니라 미국 전체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CNN과 워싱턴포스트 등 미국 언론은 일제히 “트럼프는 1960년대 이후 공화당 경선에서 전국적으로 가장 광범위한 지지를 받는 후보라는 점을 입증했다”고 평가했다. 트럼프는 서부의 네바다 주에서 북동부의 뉴햄프셔ㆍ버몬트, 남부의 조지아ㆍ앨라배마ㆍ사우스캐롤라이나를 모두 석권했는데 이는 미국 각 지역의 정치색이 뚜렷해진 60년대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현지 언론은 유례없는 현상의 원인을 ‘저학력ㆍ저소득ㆍ백인’ 계층에서 찾고 있다. 실제로 ‘슈퍼 화요일’투표에 나선 유권자를 대상으로 한 출구조사에서 트럼프는 이 계층에서 2, 3위를 차지한 경쟁 후보보다 3배 가까운 득표율을 기록했다.
조지아 주의 경우 대졸미만ㆍ백인 유권자의 50%가 트럼프를 선택했는데, 이는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18%)이나 테드 크루즈 텍사스 의원(20%)의 2~3배에 달하는 수치다. 앨라배마와 버지니아, 테네시 등 트럼프가 승리한 다른 주에서도 이 같은 현상이 반복됐다. 특히 3%포인트 박빙 우위를 지키며 승리한 버지니아의 경우 대졸미만ㆍ백인 계층에서의 절대적 지지(47%)가 없었다면, 루비오(15%) 의원에게 1위 자리를 내줬을 가능성이 크다.
연간 소득 5만달러 미만의 저소득 계층 유권자의 불만도 트럼프 돌풍의 원동력임이 입증됐다. 조지아 주에서는 저소득 계층의 51%, 버지니아에서는 52%가 트럼프를 찍었다. 이는 해당 지역에서 트럼프가 얻은 평균 득표율보다 30~50% 가량 높은 것이다.
물론 트럼프 진영의 과학적이고 효율적인 선거 운동도 승리의 또 다른 요인이다. 트럼프 진영의 경우 전당대회 대의원 출마자를 각 선거구의 책임자로 지정해 사전에 일반 유권자들의 자발적 모임을 갖도록 하는 전략을 폈다. 첫 경선지 아이오와 주 코커스에서 지지자들이 주위 눈치를 보는 바람에 득표율이 낮았던 걸 교훈 삼아, “우리가 다수다”, “우리는 미국을 강하게 만드는 사람들이다”라며 지지자들의 자신감을 심는데 주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집토끼를 확실히 잡은 선거운동 때문에 버지니아의 경우 루비오 지지자의 50%만이 실제 투표장에서 표를 던진 반면, 트럼프는 지지자의 79%로부터 표를 얻을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는 승리가 확정되자 “앞으로 한 사람을 물고 늘어질 것이다. 그 사람이 바로 힐러리 클린턴”이라며 공화당 본선 주자로서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시도했다. 그는 “힐러리는 지금까지 솔직하지 않았고 앞으로 4년 동안도 솔직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점점 더 나빠질 것"이라고 클린턴 후보를 강하게 비판했다.
워싱턴=조철환특파원 chch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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