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영화인 라운드테이블 제안도…영화제 측 “정관에 명시” 반박
“자격 없는 자문위원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좌지우지 하려 합니다.”
지난달 25일 열린 부산국제영화제(BIFF) 정기총회에서 일부 참석 영화인들이 임시총회 소집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재신임 문제를 거론한 데 대해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수세에 몰렸던 서병수 부산시장이 신규 자문위원 위촉의 부당성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서 시장은 2일 부산시청 9층 프레스룸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난 정기총회 개최 직전 이 전 집행위원장이 기습 단행한 신규 자문위원(68명) 위촉은 사무관리규정을 어긴 만큼 그들의 총회 구성원 자격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들은 합리적인 정관개정에 필요한 시간에 대한 고려 없이 20일 이내 임시총회 소집을 요구하는 등 부산국제영화제 총회 운영을 좌지우지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규 자문위원 위촉의 부당성에 대해 서 시장은 “정관 개정도 가능한 재적위원 3분의 2 이상의 대규모 자문위원을 증원(39명→107명)하면서도 그간 한마디 상의가 없었으며, 집행위원장이 위촉한 자문위원이 전체 회원의 69%를 차지하는 등 의사결정 구조의 심각한 왜곡을 가져올 수 있게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영화제 사무관리규정에 따르면 전결권자(집행위원장)는 중요하거나 이례적인 사항 등에 대해서는 차상위직자(조직위원장)의 지시를 받아 처리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서 시장은 지난달 29일 조직위원장 명의로 영화제 사무국 측에 시정조치를 지시했으며, 오는 8일 임원회 회의에서도 이 문제를 거론할 예정이다. 신규 자문위원들이 반발할 경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서 시장은 영화제 측과의 갈등으로 비춰지고 있는 우려의 시선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20년간 ‘혈세도 아깝지 않다’는 부산시민의 열렬한 성원 속에 화려한 성장을 거듭해 왔다”며 “부산시가 영화제 이미지 훼손을 감수하면서까지 이 전 집행위원장을 검찰에 고발한 것은 영화제 사무국의 불합리한 운영행태를 개선하고, 앞으로 100년을 내다보고 사유화된 권력을 정리하면서 체질을 개선해 나가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특히 일부는 이번 사태를 ‘다이빙벨’상영문제와 연계시키며 이를 권력의 탄압이라며 본질을 흐리면서 부산시민과 양심적인 영화인들의 눈을 가로막았고 있다”면서 “심지어 그간 쌓은 네트워크를 이용, 외국 영화인들에게까지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나쁜 이미지를 심고 있는 것은 통탄스럽기까지 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서 시장이 신규 자문위원 위촉의 부당성을 공식 제기함에 따라 지난 총회에서 영화단체연대회의 이춘연 대표 명의로 신청한 임시총회 요구도 효력 문제가 생기게 됐다. 서 시장은 “대부분 이번에 부당하게 위촉된 자문위원들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소집요구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개정할 정관의 구체적인 내용은 부산시와 부산국제영화제가 충분히 협의해 정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안에 대해 그는 “그간 영화제 운영에 크게 기여도 하지 않은 사람들이 부산국제영화제를 장악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영화제의 주인인 부산시민과 양식 있는 영화인들로 구성된 라운드테이블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 시장의 기자회견에 대해 부산국제영화제 측은 ‘홍보실 의견’이란 문건을 통해 즉각 반박했다.
영화제 측은 “부산시가 집행위원장의 자문위원 위촉에 대해 ‘사무관리규정’에 맞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이치에 맞지 않다”며 “자문위원 위촉은 ‘사무관리규정’보다 상위 규정인 ‘정관’(제28조, 제35조)에 집행위원장 권한임을 명시해놓고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자문위원 위촉은 조직위원장(부산시장)이 포괄적으로 집행위원장에게 위임하는 전결사항이 아니라 정관에 명시적으로 보장된 집행위원장 ‘권한’이라는 것이다.
또 자문위원의 수를 늘인 것에 대해 “부산의 문화예술계, 시민사회계, 한국 영화계 전반의 의견을 폭넓게 수용해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완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데, 부산시는 이를 무슨 저의가 있는 것으로 호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부산시와 영화제 측의 입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면서 결국 자문위원 위촉 문제와 임시총회 효력 등에 대한 법적 다툼이 불가피하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목상균기자 sgm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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