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현지시간) ‘슈퍼 화요일’ 경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압승을 거두자 공화당 지도부가 혼란에 빠졌다. ‘트럼프 대항마’로서 공화당 주류 의원들이 밀어주던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이 미네소타 주 한곳만 따내며 사실상 참패한 반면, 테드 크루즈 (텍사스) 상원의원이 남부 최대 격전지인 텍사스를 포함해 모두 3곳에서 승리하며 강력한 2위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크루즈 후보를 평가 절하했던 린지 그레이엄(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조차 이날 미국 CBS방송과 인터뷰에서 “나는 크루즈 의원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를 지원하는 일이 트럼프를 멈출 유일한 길 같다”며 공화당 주류의 뒤바뀐 흐름을 보여줬다.
크루즈는 ‘남부의 심장’이자 자신의 지역구인 텍사스에서 44%의 득표를 얻어 같은 2위권인 루비오(18%)를 배 이상의 표차로 따돌리며 압승했다. 텍사스는 공화당 핵심 지지층의 표심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지역으로, 대의원 수만 슈퍼 화요일 전체 경선 대의원수(595명)의 26%에 달한다.
크루즈는 공화당 경선에서 중요한 지역으로 꼽히는 오클라호마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오클라호마는 백인과 기독교 복음주의 유권자가 밀집해 남부 정서를 잘 대변하는 곳으로 평가된다. 크루즈는 알래스카 코커스(당원대회)에서도 트럼프를 꺾는 기염을 토했다. 공화당의 경선 방식인 득표비례제와 부분 승자독식제를 적용할 경우 이날 크루즈가 확보할 대의원 수는 루비오의 두 배를 넘어설 전망이다. 외신들은 일제히 “크루즈가 남부 정통 보수층의 지지를 받으며 ‘트럼프 대항마’로 자리매김하는 발판을 마련했다”고 분석했다.
반면 루비오는 미네소타 한곳에서만 승리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더구나 미네소타 대의원 수는 전체 경선 대의원의 6.3%인 38명에 불과해 사실상 이날 경선에서 참패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그나마 버지니아 주에서 트럼프(35%)에 근접한 득표율(32%)을 올리며 선전했지만, 2위 후보로서 가능성을 보여주는 데는 실패했다는 게 중론이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항마로 루비오와 크루즈를 저울질하던 공화당 지도부는 고심에 빠졌다. 공화당 지도부는 트럼프가 공화당 후보가 되면 본선에서 민주당 후보에 패배할 것으로 예상하고 2, 3위 후보의 단일화를 모색해 왔다. 하지만 공화당 주류 의원들이 지지하던 ‘온건 보수’ 루비오가 ‘강경 보수’ 크루즈에 뒤쳐짐에 따라 당 주류가 그를 밀어줄 명분이 사라진 것이다.
이에 따라 크루즈와 루비오의 단일화도 ‘미니 슈퍼화요일’인 15일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커졌다. 루비오도 자신의 지역구인 플로리다를 비롯해, 노스캐롤라이나, 일리노이 등 대형주 5곳의 선거가 이날 치러지기 때문에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u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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