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상금왕 출신인 전인지(22ㆍ하이트진로)의 초반 페이스가 예사롭지 않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 자격으로 치른 지난달 정식 데뷔전(코츠 골프 챔피언십)에서 공동 3위에 올랐다. 당시 전인지는 심한 감기 몸살에 걸려 컨디션이 정상이 아님에도 나흘간 버디를 18개나 잡았다.
세계 톱랭커들이 대거 출전한 지난주 혼다 LPGA 타일랜드에서는 준우승했다. 역시 1~3라운드에서 60대 타수를 쳐 강한 인상을 남겼다. 혼다 타일랜드 단독 2위로 세계랭킹이 10위에서 6위(5.38점)로 뛰었다.
올해 나선 두 대회 모두 ‘톱3’을 기록한 전인지가 돌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당장 LPGA 투어 공식 홈페이지는 “진짜 물건이 나타났다”며 바람몰이에 나섰다. 골프계가 전인지를 주목하는 이유는 신인이라면 응당 거쳐야 하는 적응기 같은 것이 보이지 않아서다.
전인지는 지난해까지 한국 무대에서 뛰다가 올해 들어 LPGA 투어로 건너간 선수인데도 기복이 없이 꾸준하게 최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LPGA 1위에 올라있는 평균 타수(69.25타)는 시즌 초반이지만 신인으로서 의미있는 기록이다. 지난해 LPGA US오픈 우승을 포함해 한ㆍ미ㆍ일 메이저 대회를 석권한 루키 같지 않은 슈퍼 루키의 등장인 것이다.
준비된 신인 전인지의 거듭된 활약은 올림픽 출전권을 놓고 치열하게 전개되는 태극 낭자간의 경쟁에서도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올림픽 출전권을 염두에 둔다면 세계랭킹 배점이 높은 LPGA 투어가 유리하다. 최근 성적이 좋을수록 유리해지는 배점의 특성상 더욱 그렇다. 전인지 스스로도 세계랭킹을 끌어올리기 위해 미국 무대를 선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국이 올림픽 출전권을 최대 4장 모두 가져간다는 전제 하에 지금대로라면 박인비(28ㆍKB금융그룹)-김세영(23ㆍ미래에셋)-전인지-양희영(27ㆍPNS) 순으로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다. 그러나 랭킹 5위 김세영(5.54점)부터 11위 김효주(5.04점)까지 포인트 차는 0.5점에 불과하다. 우승 한번이면 충분히 뒤집힐 수 있다. 아니면 우승에 준하는 성적을 지속적으로 내야 하는데 그런 면에서 전인지의 도약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LPGA 신인으로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 전인지의 다음 시험대는 3일 싱가포르에서 개막하는 HSBC 위민스 챔피언스다. 세계랭킹 1,2위인 리디아 고(19ㆍ뉴질랜드)와 박인비가 동시 출격하는 이 대회에서도 과연 톱3 이상의 성적표를 손에 쥘지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재호기자 kemp@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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