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이 생기를 찾고 성장을 준비하는 지금,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나무이자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분포면적과 가장 많은 개체 수를 자랑하는 소나무가 안타깝게도 그 푸름을 잃고 쓰러져 가고 있다. 이는 전국 88개 지역의 소나무 숲에서 발생한 소나무재선충병 때문이다.
소나무재선충병은 1988년 10월 부산 동래구 금정산에서 맨 처음 발생했다. 최초 피해목은 103 그루였으나 25년이 지난 2013년에는 연간 218만 그루로 그 피해가 엄청나게 늘어났다. 이후 산림청을 중심으로 방제에 모든 힘을 집중한 결과 피해가 점차 줄어 2015년 5월부터 2016년 2월까지 피해목이 105만 그루로 줄어드는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산림청은 2017년까지 완전방제를 목표로 피해목을 관리 가능한 수준인 연간 10만 그루 내외로 줄이겠다는 각오로 유관기관과 함께 모든 역량을 결집하고 있다.
소나무재선충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골칫거리 산림병해충이다. 일본은 발생 역사가 110년이 넘는데, 현재는 꼭 보존해야 할 곳만 철저하게 지키는 정책을 펴고 있다. 중국에서도 확산저지선을 구축하여 확산과 침입에 대비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포르투갈은 1999년 최초 발생 이후 유럽연합(EU) 차원에서 대응책을 마련하였지만 2007년에는 이웃나라 스페인까지 피해가 급속히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아직까지 소나무재선충병 근절에 성공한 나라는 없다. 이는 소나무재선충병이 이제껏 겪어온 산림병해충과는 다르다는 뜻이기도 하다. 가장 큰 차이는 ‘걸리면 죽는다’고 할 만큼 치사율이 100%에 달한다는 점이다. 이 무서운 소나무병의 유일한 해결책은 현장을 바탕으로 한 과학적 연구결과에 따라 수립된 방제정책의 시행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소나무재선충병에 관한 한 세계 수준의 방제연구 시스템을 갖추고 방제 현장에 뛰어들어 대응에 나서고 있다. 소나무재선충병 방제정책기술지원단을 중심으로 피해확산 저지와 핵심지역 보존을 위한 선제적ㆍ맞춤형 방제전략과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그 동안 생물학적 연결 고리를 끊는 메커니즘 연구에 집중했다면 올해부터는 연구 방향을 대폭 전환하여 방제에 나선다.
첫 번째로 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예방용 나무주사의 약효를 연장하고 항공·지상 방제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기술과 함께 피해목을 재활용할 수 있는 열처리 기술을 개발하여 보급하고자 한다.
두 번째로 생명공학 기술을 활용하여 친환경적인 살선충제, 매개충 방제제를 만들고 항원·항체를 이용해 감염목을 조기에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한국생명공학연구원과 협업 연구를 추진한다.
세 번째로 피해목을 찾아내는데 많은 인력과 시간이 소요되는 넓은 면적의 산림의 경우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첨단 무인항공기를 운영하고 항공 및 인공위성 영상을 활용해 관리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원격 예찰시스템을 개발한다.
마지막으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지를 다시 푸른 숲으로 복원하기 위해 피해가 극심하게 발생했던 지역에서 살아남은 나무를 선발해 소나무재선충에 강한 소나무를 육성하는 연구도 수행하고 있다.
생명공학, 전자공학, 항공우주 및 정밀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융복합 연구결과들이 모이면 소나무재선충병 피해 지역에 따른 선제적 맞춤형 방제 전략도 구축될 것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이러한 노력으로 이제 소나무재선충병 연구에서도 통섭의 장을 열었다. 앞으로 산림병해충 방제 연구는 물론 다른 산업 분야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된다. 산·학·연이 함께 현장에서 답을 찾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구축한 완전 방제 시스템은 산림병해충 연구의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다. 나아가 창조경제의 성공 모델로 자리잡아 다른 산업에서도 활력을 되찾을 수 있는 새 바람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남성현 국립산림과학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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