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 간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팔린 소설 작가는 1위부터 4위까지 모두 외국 유명작가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소설이 갈수록 인기가 떨어지는 줄이야 진즉 알았지만 한국 작가로 판매량 10위 권에 이름을 올린 사람은 신경숙을 비롯해 4명뿐이었다.
국내 출판계 동향을 분석하는 교보문고 북뉴스가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자사를 통한 국내외 작가별 소설 누적판매량을 집계한 결과, 1위엔 ‘나무’ ‘제3인류’ 등을 쓴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인 것으로 나타났다. 2위는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3위 역시 일본의 추리소설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가 차지했다. 이어 4위는 ‘구해줘’를 쓴 프랑스 작가 기욤 뮈소가 차지했다.
한국 작가로는 신경숙이 5위로 국내 작가 중에선 가장 많은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6위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싸드’ 등을 쓴 김진명, 7위는 ‘도가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의 공지영, 9위는 ‘아리랑’ ‘정글만리’의 조정래가 올랐다. 8위는 ‘연금술사’를 쓴 브라질 작가 파울로 코엘료, 10위는 해리포터 시리즈로 유명한 영국 작가 조앤 K 롤링이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 같은 한국소설의 부진은 선진국 문턱에 섰다는 나라의 위상을 생각할 때 이례적인 현상이다. 이웃 일본의 경우만 봐도 차이가 확연하다. 일본출판판매주식회사가 2014년 11월 27일부터 1년간 집계해 내놓은 분야별 베스트셀러 목록 중 ‘단행본 픽션’ 10위 권에는 외국소설이 한 종도 없다. 모두 일본 국내물이다. 문화콘텐츠 규모 세계 7위를 운운하며 ‘한류’ 세계화, ‘문화융성’을 떠드는 나라에서 부끄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국내 소설 시장에서 작가와 독자 모두 대가 끊겼다고 입을 모은다. 장동석 출판평론가는 “외국 작가들은 워낙 세계적인 작가들이라 많이 팔린다고 해도 여기 대항할만한 젊은 작가가 탄생하지 않는 것이 문제”라며 “소설은 기본적으로 이야기인데 요즘 젊은 작가들의 소설이 다소 관념적이라 (독자 확보에)한계가 있는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세계적으로 소설 독자들의 나이가 높아지고 있는 것도 원인으로 꼽혔다. 그는 “전통적으로 소설의 주 독자층은 20, 30대 여성이었는데 요즘 젊은층에게 익숙한 매체는 책이 아닌 스마트폰 속의 새로운 미디어”라며 “신경숙, 조정래 작품도 젊은층이 아닌 예전부터 이 소설을 읽고 자란 세대들이 읽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 서평가는 한국 소설에 “당대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문학은 전후 문학이나 운동권 문학, 요즘 문학 간의 시차가 없다. 당대의 감각과 사고, 삶이 들어가 있지 않다”며 “문단에 만연한 엄숙주의 때문에 발랄한 작품으로 데뷔한 작가들도 진지하고 무거운 작품으로 치우치는 것도 문제”라고 진단했다.
교보문고 북뉴스는 교보문고가 영업을 시작한 1981년부터 올해까지 35년간 연간 소설 베스트셀러 20위도 조사했다. 그 결과 외국소설이 361종으로, 한국소설 339종보다 조금 더 많았다. 연도별로 동일 소설의 중복 횟수를 포함해 가장 많이 베스트셀러 목록에 이름을 올린 작가는 이문열이었다. ‘젊은 날의 초상’ ‘사람의 아들’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등 13종이 모두 23차례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었다. 2위는 무라카미 하루키로, ‘1Q84’ ‘상실의 시대’ 등 7종이 21차례 순위권에 진입했다. 이어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8종이 16차례, 신경숙의 책 10종이 14차례, 공지영 김진명의 책 10종이 13차례 베스트셀러 순위에 들었다.
가장 오래 사랑 받은 한국 소설은 1981년부터 시작해 89년까지 다섯 해에 베스트셀러였던 이문열 작가의 ‘젊은 날의 초상’이었다. 외국 소설 중에선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가 1995년부터 2004년까지 10년간 순위에 올랐고 2010년 다시 진입해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았다. 교보문고 북뉴스는 “한국 작가의 경우 여러 권의 책을 베스트셀러에 올리지만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이 1년 이상 지속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외국 작가는 상대적으로 적은 책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지만 대신 베스트셀러에 머무는 기간이 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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