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9세 2일’ J리그 최고령 출장 또 경신
만50세 앞두고도 리우올림픽 출전 의지
‘미우라 미워라’ 얄미움 섞인 유행어 옛말
한국 선수들도 ‘축구선수라면 미우라처럼’
한국나이 50세. 올해로 ‘반(半) 백세 인생’에 접어든 일본 간판 스트라이커 미우라 가즈요시(三浦知良·49·요코하마 FC)의 질주가 다시 시작됐다. 미우라는 지난달 28일 요코하마 닛파츠구장에서 열린 가마타마레 사누키와의 J2리그(일본 프로축구 2부리그) 홈경기에서 후반 38분 교체 투입돼 경기 종료 때까지 그라운드를 누볐다. 팀은 0-1로 패했지만 그가 보유하고 있던 J리그 최고령 출장 기록을 49세 2일로 늘렸다. 체력소모가 많은 필드 플레이어임에도 대기록을 이어가고 있는 그의 존재 의미들을 되짚었다.
日 축구 아이콘이자 한국 축구의 숙적
1993년 10월 25일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미국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한일전. 한국은 이전까지만 해도 한 수 아래로 여겼던 일본에 0-1로 패하며 충격에 빠졌다. 이날의 결승골 주인공이 바로 26세의 미우라였다. ‘도쿄 대첩’으로 기억되는 프랑스월드컵 최종예선에서의 두 차례 명승부 때도 쉼 없이 한국 축구를 위협했던 그였다. 한국 올드팬들의 기억 속에서 미우라는 결전의 순간마다 활약을 펼친 라이벌 일본의 에이스로서 눈엣가시 같은 존재였던 셈이다.
반대로 일본에서 그는 ‘탈 아시아’를 외치던 일본 축구의 아이콘이었다. 개성 넘치는 외모와 화려한 발재간, 여기에 골 세리머니로 펼치는 ‘카즈 댄스’ 등 쇼맨십까지 갖추며 인기를 끌었고, 1994년엔 이탈리아 세리에A 제노아에 진출하며 후배들에게 유럽 진출의 길을 터주기도 했다.
시민구단 요코하마FC의 ‘간판 스타’
일본 축구국가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A매치 89경기에 나서 55골을 기록하며 일본 축구의 한 시대를 대표했던 그는 50세가 다 된 지금까지도 축구화를 동여매고 있다.
2005년부터 지금까지 몸담고 있는 J2리그 요코하마FC와의 인연은 특별하다. 요코하마FC는 보통의 필드 플레이어들이라면 은퇴를 택했을, 38세의 미우라를 과감히 품었다. 구단은 기량과 체력이 떨어지고 있는 그에게 적은 시간이라도 꾸준히 기회를 주며 선수생명 연장의 꿈을 지원했다. 지난해 오른발을 다친 뒤로는 한계에 도달한 것 아니냐는 평가도 받았지만 미우라는 구단에 보답이라도 하듯 한 시즌 3골을 넣으며 건재함을 증명했다.
미우라가 구단에게 감사한 만큼 구단에게도 그는 소중한 존재다. 상대적으로 재정이 열악한 시민구단인 요코하마FC는 불굴의 스토리를 쓰고 있는 미우라를 활용한 마케팅을 활발히 펼치고 있다. 꽃미남 청춘들을 제치고 여전히 구단 쇼핑몰의 메인 모델을 차지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리우올림픽 뛰고 싶다 전해라~”
미우라는 2016 J2리그 개막 이틀을 앞둔 지난달 26일 요코하마 연습구장에서 49번째 생일 기념 케이크를 잘랐다. 19세 때던 1986년 브라질 산투스에서 데뷔했으니 올해로 데뷔 30년째를 맞는 의미 있는 날이기도 했다. 생일 파티장을 찾은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그는 “제2의 고향인 브라질에서 뛰어보고 싶다”며 오는 8월 개막하는 리우올림픽 출전 의지를 내비쳤다. 브라질 축구 유학 1세대로 브라질 영주권까지 보유한 그가 리우올림픽에 욕심을 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 번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던 한을 올림픽으로나마 풀어내기 위해서다. 미우라와 동갑인 데구라모리 마코토(手倉森誠) 감독 역시 “풍부한 경험을 지닌 미우라에게 도움을 받고 싶다”며 긍정적인 견해를 내놨다.
“미우라 미워라? 이젠 존경의 대상”
리우올림픽 출전 목표를 품은 미우라는 지난 동계 훈련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달 일본 가고시마 전지훈련에서도 다수의 클럽과 연습 경기에 나서며 몸 상태를 끌어올렸다.
요코하마FC와 연습경기를 치른 K리그 챌린지(2부리그) 대전시티즌의 선수들 중에는 미우라와 함께 땀을 흘리며 선수로서의 인생 목표를 수정한 선수도 있었다는 후문이다. 대전의 한 관계자는 “젊은 층의 대전 선수들 중 다수가 미우라가 데뷔도 전에 태어났다”며 “시즌 개막 전 연습경기에도 출전해 준비를 게을리 하지 않는 모습에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얄미울 정도로 잘해 한국 팬들에겐 ‘미우라 미워라’란 말이 유행이던 시절도 있었지만 어느덧 그의 도전 정신은 일본을 넘어 한국 선수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김형준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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