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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다 펑…' 송유관 기름절도 미수사건 알고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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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배 피우다 펑…' 송유관 기름절도 미수사건 알고 봤더니

입력
2016.03.02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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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찰, 엉뚱한 사람 주범 몰아 한 달간 옥살이 물의

검찰서 무혐의… 사기혐의 피고소인 제보 맹신하다 화 불러

대구지방경찰청 전경.
대구지방경찰청 전경.

대구경찰이 사기로 고소된 사람의 말을 맹신, 무고한 사람을 송유관 기름 절도 주범으로 몰아 한 달간 억울한 옥살이를 시킨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피해자는 경찰의 진정한 사과와 함께 명회회복을 촉구하고 나섰다.

경주 건천 송유관 기름 절도 미수 진범은 따로 있었다

지난해 9월 대구수성경찰서는 송유관 기름 절도 미수사건 주범 등 2명을 검거하고 1명을 수배했다는 수사결과를 발표했다. 주범으로 몰린 조재호(55ㆍ대구 수성구)씨가 자금을 대고, 다른 사건으로 구속돼 있던 이모(53)씨 등 2명이 2011년 2월6일 오후 경북 경주시 건천읍 포도밭 50㎝ 지하에 묻힌 송유관을 뚫어 밸브와 호스(2m)를 연결한 뒤 기름을 빼내려던 중 이씨가 담배를 피우려고 라이터불을 켜다 온몸에 불이 붙어 실패했다는 게 사건내용이다. 이 사건은 '송유관 절도범, 화상입고 도주' 등의 제목으로 인터넷 등을 달궜다.

하지만 주범으로 몰린 조씨는 검찰 송치 후 20여일 만에, 구속 한 달 만에 검찰에 의해 석방됐다. 이후 보강수사를 거쳐 맨 처음 경찰에 체포된 지 약 석 달 만에 최종적으로 불기소처분 결정이 내려졌다. 조씨가 송유관 기름절도미수사건 주범이라고 제보한 인물이 조씨로부터 사기로 고소당한 사람인데다, 제보 내용이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검찰 "제보자 진술 신빙성 없고 객관적 사실과 달라" 불기소

검찰이 조씨를 무혐의 처분한 것은 경찰 수사내용과 달리 ▦조씨와 진범 2명이 서로 모른다고 주장하고 ▦교도소 접견기록, 계좌추적 내용, 조씨에 대한 위치추적 결과 등이 이를 뒷받침하며 ▦조씨가 자금을 댄 주범이라면서도 범행 중 화상을 입고 80일 가까이 화상치료를 받은 이씨 치료비를 결제한 내역이 없는 점 ▦제보자가 범행사실을 알려주었다는 진범과 대질조사를 거부한 점 ▦제보자가 3년여 전부터 수 차례 만났다는 진범의 이름조차 모른다고 한 점 ▦제보자가 조씨로부터 사기로 고소당해 수사를 받고 있는 점 등 제보 내용이 신빙성이 없고 조씨가 주범이라는 객관적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담당 수사검사는 "경찰이 잘못 수사해 억울한 사람을 범인으로 몬 것을 우리가 바로 잡은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혐의로 대구북부경찰서에 구속된 이씨는 송유관 기름 절도 미수와 차량정도 등의 죄로 지난해 11월 대구지방법원에서 징역 3년 형을 선고 받고 항소를 포기해 형이 확정됐다. 또 수성경찰서 수사 당시 신원확인이 되지 않았던 공범은 다른 죄로 수감중인 사실이 드러나 재판 중이다. 피해자 조씨는 경찰이 자신에게 앙심을 품고 있는 제보자의 말만 믿고 사실관계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절차 위반 사실 없어"

이에 대해 경찰은 ▦제보내용과 같은 건천 포도밭 도유 흔적 ▦이씨의 화상치료 내역 ▦조씨의 성주군 선남면 농장에 (기름 보관용으로 보이는 2톤 용량 파란색)물탱크 150여 개 배달 사실 등을 확인,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체포영장을 발부 받는 등 절차에 따라 수사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수성경찰서 관계자는 "당시 수사과정에 검사 지휘를 받아 체포영장 구속영장을 차례로 발부 받는 등 절차에 따라 진행했다"며 "수사과정의 강압이나 위법사항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 제보자가 피해자로부터 사기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은 몰랐다고 주장했다. 제보자는 당시 위조지폐 관련 혐의로 다른 경찰서에 구속돼 있었다.

하지만 경찰이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제보자의 주장이 모순 투성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었다는 대체적인 분석이다. 의욕이 넘쳐 화를 불렀다는 지적이다.

조씨의 성주 농장에 대형 플라스틱 물탱크가 배달된 것은 2014년 하반기부터다. 또 조씨가 대구 달서구에서 주유소 영업을 한 것도 2013년 12월부터 4개월이다. 모두 송유관 절도 사건이 터진 2011년 2월6일보다 훨씬 지난 시점이다. 경찰은 "조씨가 건천 포도밭 송유관 기름절도 미수 이후에도 계속 송유관 기름 절도를 하는 것으로 알았다"고 했으나 왠지 군색해 보인다.

피해자 "사기로 고소당해 앙심 품은 제보자에 놀아난 꼴"

조씨는 문제의 물탱크는 제보자가 갔다 놓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2013년 6월 교차로에 제보자가 낸 '1,000만 원을 투자하면 매일 20만 원을 준다'는 광고를 보고 연락해 알게 됐다"며 "(국제현물시장에서 구입한)싼 수입기름과 면세유를 공급해주겠다고 해서 100여 차례에 걸쳐 제보자에게 6억 원 가까이 건넸고, 그 해 말 공급받은 기름을 팔 주유소까지 임차했지만 약속을 이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보자가 온갖 이유를 대며 기다려달라고 하더니 2014년 하반기에 '이제 기름이 들어오게 됐다'며 물탱크를 가져다 놓은 뒤 '기름을 채워놓겠다'며 1톤 트럭으로 농장을 들락거렸다"며 "지난해 5월 고소하기 전 보일러 연료로 쓰기 위해 기름탱크(물탱크)를 열었더니 2톤짜리 탱크에 기름은 10ℓ가량뿐이었고 모두 맹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1,000만원이 넘는 비용을 들여 200개나 되는 물탱크 속 기름을 제거한 뒤 처분했다고 밝혔다.

맹물이 든 물탱크에 기름이 들었다고 믿게 된 것은 '기름을 채운다'는 현장을 일일이 지켜보지 못한데다 물탱크 뚜껑을 실리콘으로 밀봉해 놓아 쉽게 열어볼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씨는 "기름 들어온다는 날 성주에 가 보니 마당에 기름냄새가 진동했고, 제보자가 '형님, 전 고아로 자라 가족이 없습니다. 형님을 친형님처럼 생각하는데 절 못 믿습니까'라고 해 한두 번 지켜보다가 말았다"며 "뒤에 마을 사람들에게 들어보니 동네 도랑에서 하루 종일 물을 실어 가는 것을 목격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조씨는 "지난해 사건 이후 '조재호는 기름도둑'이라는 소문이 퍼져 모친이 살던 성주 집을 비워두어야 했고, 고향에 갈 수조차 없게 됐다"며 "무고로 고소하거나 형사배상보다는 명예회복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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