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KIA와 LG의 평가전이 열린 일본 오키나와 킨 구장. 5번 1루수로 선발 출전한 김용의(31ㆍLG)가 타석에 서자 KIA 관계자들조차 “확실히 몸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2군 스프링캠프지인 대만에서 뒤늦게 호출을 받은 김용의는 무려 10kg을 찌워 와 오키나와에서 해후한 동료들을 놀라게 했다. 187㎝의 장신이지만 지난해까지 70kg 초반대에 불과했던 몸무게는 지금 80kg을 넘는다. 여전히 다소 가냘퍼 보이긴 하지만 지방이 아니라 근육을 불렸기 때문이다.
김용의는 이날 6회 네 번째 타석에서 KIA 투수 배힘찬(33)의 140㎞ 짜리 직구를 통타, 킨 구장 왼쪽 담장을 훌쩍 넘기는 솔로홈런(비거리 113m)을 터뜨렸다. 연약해 보이는 체구와 달리 장타력이 전혀 없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밀어 친 좌월홈런은 대만에서 피나는 웨이트트레이닝의 효과를 입증한 한 방이었다. 김용의는 오키나와 리그 6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8푼1리(21타수 8안타)에 1홈런, 2타점의 불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미국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부터 치른 ‘1군 선수’들을 제치고 독보적인 타격 성적이다. 과거 주로 외야수로 나섰던 그는 오키나와 평가전에서 1루수로 출전하며 주전 정성훈(36)을 위협하고 있다.
한 때 야구에 대한 희망을 잃어가던 김용의로서는 새로운 세상을 만난 기분이다. 그는 김기태 KIA 감독이 LG 지휘봉을 잡았을 때 총애를 받았다. 그러다 점점 입지가 좁아져 2군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고, 올 시즌 1군 캠프 출발도 불발됐다.
김용의에게 용기를 준 사람은 대만에서 마주한 팀의 맏형 이병규(42)였다. 김용의는 “이병규 선배님의 격려와 조언 덕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오키나와에 합류하게 됐을 때 나보다 기뻐하셨다”면서 “1군에 있든 2군에 있든 야구에 대한 열정만 놓지 않고, 내가 할 일만 묵묵히 하고자 다짐했다”고 말했다. 그는 “체중을 늘린 효과를 조금은 실감하지만 당장의 파워 향상보다는 시즌 내내 근력과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키나와(일본)=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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