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의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 전격 중단 방침에 대해 당 안팎의 비판론이 쏟아졌다. 인권침해 요소가 큰 악법이라고 설명해 온 테러방지법을 자구 수정도 못한 채 필리버스터를 중단하는 것은 ‘자기부정’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더민주에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필리버스터에 참여한 의원들을 중심으로 강경 발언을 쏟아냈고, 앞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용익 의원은 의총에서 “필리버스터가 지지자들에게 큰 감동을 줬지만 지도부가 종결 방침을 밝히면서 고생하면서 끌어낸 지지를 다 까먹었다”며 “(선거법 처리 시한인) 4일까지 필리버스터를 진행한 뒤 국민과 지지자 앞에서 석고대죄하자”고 주장했다. 당 지도부로부터 공천 배제를 통보 받은 강기정 의원은 “나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당이 승리하는 데 힘을 보태겠다”면서 “그러나 지도부는 무엇을 내려놓고 희생할 것인가. 이종걸 원내대표와 비대위원 전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통해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고 지도부의 희생을 요구했다. 강 의원은 발언 도중 눈물을 쏟은 것으로 알려졌다.
강경파 의원들은 의총 이전부터 SNS를 통해 반대의견을 밝혔다. 은수미 의원은 “시작은 우리가 했으나 필리버스터는 야당만의 것이 아니다”며 “일방적으로 중단을 통지해서는 안 되니 의총을 소집해달라고 요청했고, 의총이 소집됐다”는 글을 올렸다. 첫 토론자로 나섰던 김광진 의원은 “150시간 넘게 이 법이 문제 있다고 국민들께 이야기 드렸는데 도대체 뭐라고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 것인지”라며 불만을 드러냈다.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민주)의 혁신위원을 지낸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필리버스터를 무한정 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새누리당이 양보하지 않으면 회기 종료 후 원안대로 통과될 수 있음도 알고 있다”면서도 “막 지지층이 뜨겁게 반응하며 결집하고 있는 이런 시점에 아무 설명과 설득 없이 중단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중단 결정 재고를 주장했다.
다만 필리버스터 중단 방침을 주도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와 가까운 표창원 비대위원과 손혜원 홍보위원장은 사태 수습에 주력하는 모습이었다. 표 비대위원은 “경제, 안보 파탄을 야당 분열과 국회책임론으로 덮는 저들 술수에 대항하는 우리 능력이 부족한 탓”이라며 “임시지도부 일원으로 끝까지 모든 책임지겠습니다”고 밝혔다. 손 위원장은 “필리버스터를 중단한다는 소식을 전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며 “열광하는 국민을 배려하지 못했습니다. 노여움을 푸실 수 있다면 저라도 대신 사과 드립니다”라고 자세를 낮췄다.
김회경기자 herm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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