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건사회연구원 ‘영유아 적정 가정양육비용 산출을 위한 통계자료 보고서’’
가정양육 유도하려면 현재 10만~20만 -> 30만~40만원으로 올려야
“양육수당 인상 시 성장과 재분배 효과도 있어”
자녀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키우는 부모에게 주는 양육수당을 현재보다 최소 10만원 이상 인상해야 적정하다는 국책연구기관의 연구결과가 나왔다. 양육수당은 2011년 10만~20만원으로 결정된 후 5년째 동결된 상태다.
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의 ‘영유아 적정 가정양육비용 산출을 위한 통계자료 보고서’에 따르면, 불필요한 어린이집 이용을 줄이고 부모들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양육수당을 전 연령에서 지금보다 약 20만원 정도 인상해야 한다. 이는 지난해 0~5세 자녀를 둔 부모 1,000명에게 전화설문 한 결과를 토대로 산출한 것이다. 이 보고서는 보건복지부가 양육수당을 적정한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지난해 보사연에 의뢰해 작성된 것으로, 당초 복지부는 이 연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올해부터 양육수당을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재정 문제와 원아 감소를 우려한 민간 어린이집들의 반발로 양육수당을 동결했다. 양육수당은 집에서 만 5세 이하 자녀를 키우는 가정에 월 10만~20만원(만 0세 20만원, 1세 15만원, 2~5세 1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로, 2009년 도입돼 2011년 확대됐다.
보고서는 불필요한 보육시설 이용을 줄이고, 부모의 만족도를 높이며,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제약하지 않는 수준을 감안해 각각 적정한 양육수당을 산출했다. 불필요한 어린이집 수요를 줄이려면 만 0세 44만3,000원, 1세 36만2,000원, 2세 31만4,000원가 적정금액으로 산정돼 현재보다 약 20만~25만원 정도 인상해야 하는 것으로 나왔다. 어린이집에 다니는 0~2세에 대한 보육료 지원은 41만~78만원(2015년 기준)으로 양육수당보다 2~4배 정도 많아 부모들 사이에는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다. 우리나라 0~2세의 보육시설 이용률은 2006년 10.9%였지만, 2013년 34.1%로 같은 기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가장 빠르게 확대된 점이 이를 방증한다.
한편 양육수당에 대한 부모의 만족도를 높이려면 0세 16만1,000원, 1세 15만5,000원, 2세 16만2,000원을,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제약하지 않기 위해서는 각 연령별로 25만~26만5,000원 정도 인상하는 것이 적정한 것으로 산출됐다.
양육수당에 대한 만족도는 낮았다. 양육수당을 받는 부모 500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71.2%)이 양육수당 금액에 불만족한다고 답했다. 불만족 이유는 ‘실제 양육에 필요한 비용에 모자라서’(57.6%)가 가장 많았고, ‘보육료보다 지원 금액이 적어서’(39.9%) ‘기타’(2.5%) 순이었다. 고제이 보사연 부연구위원 등 연구진은 “현재 양육수당은 실제 양육비용이나 보육료 지원단가보다 낮아 불필요한 어린이집 이용 등 재정 비효율 문제가 생기고 있다”며 “가정양육수당 단가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육수당 인상은 성장과 분배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파급효과를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0~2세 양육수당을 10만원씩 올릴 경우 가정의 소득이 0.7% 증가하고, 지니계수(0에 가까울 수록 평등한 상태)가 수당지급 전 0.2749에서 0.2741로 개선됐다. 연구진은 “불필요한 보육시설 이용을 통제하고 보육지원 정책의 효과성을 높이려면 만 0~2세 양육수당을 현재보다 최소 10만원 이상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행태변화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일정 정도의 충격(높은 단가 인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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