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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멀고도 먼 ‘패러다임 전환’

입력
2016.03.01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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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라는 사회가 참으로 거친 사회이다. 우리는 이미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이르러 선진국 문턱에 진입하려는 국가이다. 그럼에도 정치 경제 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언론을 하루라도 접하지 않으면 내용을 이해 할 수 없을 정도로 변화와 갈등이 심하다. 많은 자동차들의 끼어들기, 경적소리, 보복운전, 교통신호 무시 등으로 도로 운전을 하는 것이 매우 피곤한 것과 유사하다. 우리보다 훨씬 더 정체가 심한 것 같지만 교통이 물 흐르듯이 부드럽게 이루어지는 선진국 교통문화와 대비된다.

많은 학자들은 지속가능하고 부드러운 사회발전을 달성하기 위하여 ‘패러다임’의 전환을 주장해 왔다. 특히 경제학자들은 국가주도형에서 민간주도형 경제발전 전략으로 전환을 주장한다. 1990년대 세계은행이 한국의 경제발전 모델을 ‘동아시아 기적’이라고 칭찬하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양호한 소득분배와 생산성 주도형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1998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폴 크루그만이 주창한 ‘종이호랑이’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이는 한국의 경제성장이 ‘생산성 증가형’이 아닌 노동이나 자본의 ‘요소 투입형’이라 결국 성장동력이 멈춘다는 논리에서 나온 비판이었다.

지속적인 경제발전을 달성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은 단순 요소 투입이 아니라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없이는 불가능하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우월성을 가지고 주도하는 정책이 아니라, 민간을 중심으로 하되 정부는 이를 지원하는 역할분담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것이 아나톨 칼레츠키가 주창한 ‘자본주의 4.0’에서 시장과 정부의 역할 분담이다. 이러한 전환을 주도해야 할 계층은 공무원과 정치권 등 기득권 계층이다. 그렇지만 요즘 정치환경을 보면 이러한 전환은 멀고도 먼 시대에나 올 것 같다.

요즘 선거 시즌에 여당이나 야당의 공천을 둘러싼 집념을 보면 한숨이 나온다. 실질적으로 투표권을 가진 국민들은 아무런 존재감이 없다. 국민의 기대와는 상관없이 자신들의 기준에 의하여 전략적으로 공천 여부를 결정한다. 코미디는 각 지역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이 중앙당에 와서 면접을 거치는 것이다. 어느 나라에서 이러한 진풍경을 볼 수 있을까. 극적인 것은 새누리당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이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상향식 공천제도를 시행하면 ‘심지어 조폭’들까지도 공천을 받게 될 것이라고 비판하며, 자신은 개혁공천을 하겠다는 주장이다. 개혁이나 전략이라는 이름 하에 중앙당에서 공천한 의원들로 구성된 지난번 국회가 최악이라고 비판하면서 자신은 그렇지 않다는 우월감과 오만함이 묻어 있다.

그렇지만 지속적인 발전과 부드러운 사회를 이루기 위해서 가야 할 방향은 명확하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혁신을 통한 패러다임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먼저 정부나 정치권은 자신들이 일반 국민보다 우월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하고 기득권보다 일반 약자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설사 상향식 공천으로 일부 지역에서 조폭이 특정 정당의 후보가 되더라도 우리 국민들이 이들을 뽑지 않는 수준을 갖추고 있음을 믿어야 한다. 민간부문의 국제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이어서 공무원이 지도와 규제를 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자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음을 믿어야 한다.

이러한 믿음이 실질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 모든 규제는 사전적 규제에서 사후적 규제로 그리고 규제 형태도 포지티브 시스템에서 네가티브 시스템으로 획기적인 전환이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생산자보다 소비자가 우선되어야 한다. 국내 생산품이라 해서 생산자 보호를 위하여 더 비싸게 국내 소비자가 소비해야 하는 시기는 이제 지났다.

패러다임 전환은 공무원이나 정치인 등 기득권이 민간에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왔을 때 ‘규제 때문에 안된다’는 답을 주는 우월감을 벗어 던져야 이루어진다. 오히려 좋은 생각이므로 ‘규제 때문에 안되는 것이 있다면 빨리 이를 바꾸겠다’고 답을 하는 상황이 돼야 비로소 이루어진다.

강성진(고려대학교 경제학과·그린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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