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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조릿대 때문에 국립공원 해제한다고?

입력
2016.03.0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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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국립공원 해제 경고는 한라산의 가치 무시한 처사

억제효과 실행 미루다 이제야 요란 떠는 道 행정도 이해 안돼

한라산 전역으로 번진 제주조릿대
한라산 전역으로 번진 제주조릿대
조릿대의 기세에 바위 위로 밀려난 시로미
조릿대의 기세에 바위 위로 밀려난 시로미
환경부는 제주조릿대 확산으로 한라산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환경부는 제주조릿대 확산으로 한라산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요즘 한라산이 조릿대 문제로 시끄럽다. ‘제주조릿대’의 급속한 확산에 따라 다른 식물들이 자라지 못해 생물의 종(種)다양성이 훼손되고 있다는 것이다. 급기야 환경부는 최근 공문을 통해 “한라산국립공원 내에 조릿대 확산으로 한라산이 국립공원과 유네스코 생물권보존지역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제주도에 시급한 대책마련을 주문하고 나섰다.

실제로 한라산 조릿대는 30여년 전만해도 해발 600~1,400m에서만 분포했던 것이 최근 들어 한라산국립공원 153,386㎢의 90% 정도까지 퍼진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문제는 강한 뿌리줄기 번식력과 큰 군락을 이루는 특성으로 인해 조릿대가 한번 번지기 시작하면 나머지 식물은 밀려나는 생태계의 교란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제주조릿대는 번식할 때 땅속을 뿌리로 빽빽하게 채워 다른 식물의 씨가 떨어져도 발아할 틈을 주지 않기 때문에 결국 종 다양성이 급격하게 감소한다는 말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한라산 전체가 제주조릿대로 덮이게 되고, 철쭉과 진달래의 장관도 볼 수 없을뿐더러 시로미 눈향나무 한라솜다리 등도 사라질지 모른다는 최악의 상황까지 거론되고 있다. 실제로 등산로를 걷다 보면 조릿대에게 영역을 빼앗긴 시로미가 지표면이 아닌 바위 위로 밀려난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환경부의 경고처럼 제주조릿대의 확산으로 생물다양성이 훼손될 경우 한라산국립공원 지정이 해제될 수도 있을까? 한마디로 한라산의 가치를 전혀 모르고 하는 말이다.

한라산은 1966년 천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이후 1970년 국립공원, 2002년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2007년 세계자연유산, 2010년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됐다. 제주의 가치를 이야기할 때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이라고 자랑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한라산이 있다.

이 부분에서 묻고 싶다. 한라산은 식물종이 다양하기 때문에 이러한 타이틀을 획득할 수 있었던 것일까? 물론 한라산은 우리나라 식물 4,000여종의 절반에 해당하는 2,000여종이 서식하는 식생의 보고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단순하게 생물종이 다양하다는 이유 하나로 국립공원과 유네스코 3관왕이 된 것만은 아니다. 경관과 지형, 지질 등 다양한 부분에서 보호할 필요가 있기에 세계적으로 가치를 인정받은 것이다. 다양한 식생도 그 중의 하나다.

환경부에서 조릿대 문제로 국립공원에서 해제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은 한라산의 가치를 지나치게 편협한 시각에서 보고 있다는 얘기다. 차라리 최근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국립공원 케이블카 건설 논란에 대해 ‘만일 케이블카를 설치할 경우 설악산을 국립공원에서 해제할 수도 있다’고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는 것이 환경부의 존재이유에서 보면 더 설득력 있다.

한라산의 관리를 맡은 제주특별자치도 당국의 뒷북 행정도 문제가 많다. 한라산의 조릿대 확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제주도 산하 한라산연구소는 조릿대의 확산을 막기 위해 이미 1980년대에 말 방목 및 베어내기를 통한 제주조릿대 억제효과를 연구했었다. 그 결과 말을 풀어놓을 경우 조릿대 잎사귀뿐만 아니라 줄기까지도 먹어 치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어내기를 한 곳에서도 조릿대 밀집지역보다 다른 식물들이 많이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효과가 있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제때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이제서야 부랴부랴 대책을 마련한다고 요란을 떨고 있는 것이다.

제주사람들은 한라산을 이야기할 때 ‘어머니 산’이라 부른다. 민족의 영산(靈山)이라고도 한다. 말로만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보호 및 관리대책이 나와야 한다. 조릿대 확산이 주는 교훈이다.

강정효 (사)제주민예총 이사장hallasan195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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