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국내 상장사로부터 챙기게 될 지난해 배당금 규모가 5조7,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1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26일까지 공시된 12월 결산 상장사 748곳의 배당금을 집계한 결과 중간 배당을 제외한 전체 배당금은 15조8,176억원이었다. 이중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하는 상장사는 총 710곳으로, 외국인의 손에 쥐어지는 배당금 총액은 전체의 36.4%인 5조7,551억원에 달했다. 아직 배당 규모가 확정되지 않은 상장사가 있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이 가져가는 배당금 규모는 이보다 더 늘어나게 된다.
시장별로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상장사 387곳 가운데 361곳(93.3%)이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전체 14조9,432억원의 배당금 가운데 5조6,561억원(37.9%)이 외국인의 호주머니로 들어가는 셈이다. 이는 작년 말 유가증권시장에서 시가총액 기준으로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중(32.2%)보다 크다.
외국인이 배당성향이 높은 주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외국인이 적극적으로 배당을 요구한 결과물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코스닥 상장사 361곳 중 349곳(96.7%)도 외국인 주주에게 배당금을 지급한다. 전체 배당금 8,835억원 중 990억원(11.2%) 규모다. 이 역시 작년 말 시가총액 기준으로 코스닥시장의 외국인 보유 지분 비중(9.9%)보다 크다.
기업별로는 삼성전자가 1조4,550억원을 외국인 주주에게 지급하게 돼 상장사 가운데 최대 규모다. 다만 외국인의 순매도 행진이 잇따르며 삼성전자의 외국인 보유 지분 비중이 50% 이하로 떨어지면서 전년(1조8,400억원)보다는 배당금 규모가 다소 줄었다. 그 뒤는 신한지주가 이었다. 신한지주의 외국인 주주 배당 지급 규모는 3,760억원이다.
작년 외국인이 원화 약세 환경의 수혜가 예상되는 자동차주를 저가에 집중 매수한 탓에 현대차(3위·2,901억원)와 기아차(8위·1,765억원), 현대모비스(9위·1,725억원) 등 ‘자동차 3인방’도 외국인 주주에게 지급할 배당금의 규모가 큰 것으로 집계됐다.
SK텔레콤(2,861억원), KB금융(2,665억원), POSCO(2,473억원), KT&G(2,462억원) 등도 외국인 배당금 지급 총액이 2천억원을 넘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GS홈쇼핑이 외국인 주주에게 122억원을 지급하게 돼 규모가 가장 컸다. 동서(71억원), 실리콘웍스(63억원), 한국기업평가(58억원), CJ오쇼핑(34억원) 등의 외국인 배당 규모도 비교적 큰 것으로 집계됐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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