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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구 폐지 실험, 녹색가게 에 불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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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구 폐지 실험, 녹색가게 에 불똥

입력
2016.02.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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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복지시설 들어오면서 퇴출 처지

풀뿌리 생협운동 19년 역사 끊길 판

“시민 의견수렴 없는 통보는 부당”

경기 부천시와 부천 YMCA가 24일 원미구 중동 시청사 1층 로비에서 연 교복 물려 입기 나눔 장터에서 시민들이 교복을 고르고 있다. 부천시 제공
경기 부천시와 부천 YMCA가 24일 원미구 중동 시청사 1층 로비에서 연 교복 물려 입기 나눔 장터에서 시민들이 교복을 고르고 있다. 부천시 제공

19년 역사의 경기 부천시 YMCA 녹색가게와 교복은행이 ‘행정 효율’ 때문에 문 닫을 위기에 처했다. 교복 물려 입기 나눔 장터도 명맥이 끊길 상황이다.

부천 YMCA는 1998년부터 부천시 원미구청과 소사구청, 오정구청에서 녹색가게 상설매장과 교복은행을 운영해왔다. 61개 중ㆍ고교의 교복과 생활복, 체육복, 참고서 등을 싼 가격에 판매하는 교복 물려 입기 나눔 장터도 해마다 개최했다.

24~29일 열린 올해 19회 나눔 장터에는 하루 최대 500여명의 시민들이 몰렸다. 개성공단 가동 중단으로 교복 공급이 차질을 빚으면서 교복을 주문해놓고도 받지 못한 일부 학생과 학부모도 몰려 24일에는 400여명이 줄을 서기도 했다. 부천YMCA는 교복 판매 수익의 90%는 교복을 기증한 학생에게, 나머지 10%는 저소득층 학생 교복 지원, 환경운동 기금 등으로 쓰고 있다.

하지만 녹색가게와 교복은행은 부천시의 행정체제 개편 작업 여파로 문을 닫을 처지에 놓였다.

부천시는 전국 최초로 ‘일반 구’를 폐지하고 동을 여러 개 묶는 ‘책임 동’ 도입을 추진 중이다. 행정구조를 시-구-동 3단계에서 시-동 2단계로 단순화 해 행정 효율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7월 1일부터는 구청이 없어지고 동 주민센터가 복지, 안전, 인허가, 일자리, 건강 등 생활민원을 해결하는 행정복지센터로 전환된다.

문제는 동 주민센터가 행정복지센터로 전환되고 동 주민센터에 있던 노인복지관 등 복지시설이 구청사로 옮겨가면서 구청사가 공간 부족에 시달리게 되면서 불거졌다. 시는 구청사에 도서관 등 문화시설도 입주시킬 계획으로 청사 리모델링에 나서면서 부천 YMCA 측에 최근 녹색가게를 비워달라고 요구했다.

부천 YMCA는 원미구와 소사구, 오정구로부터 각각 39.4㎡, 81㎡, 67.3㎡ 크기의 공간을 무료로 빌려 사용해왔으나 3월 중으로 비워줘야 한다.

부천 YMCA 녹색가게 관계자는 “20년 가까이 녹색가게를 운영해왔는데 시는 남는 공간을 활용할 생각은 안 하고 ‘대안이 없다’면서 가게만 빼라 한다”며 “녹색가게를 이용하고 운영해온 시민과 자원봉사자들의 의견 수렴 과정이 없는 일방적 통보는 부당하다”고 말했다.

부천 YMCA는 녹색가게 공간 보존과 시민 의견 수렴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동 주민센터에 있던 여러 시설들을 구청사로 옮기다 보니 행정공간 배치조차 어려운 상황”이라며 “원미구 녹색가게는 유지하려고 하나 다른 곳은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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