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범현(56) kt 감독이 지금 당장보다 조금 더 먼 미래를 내다봤다.
조 감독은 29일(한국시간) 미국 LA 인근 UYA 컴튼 야구장에서 열린 NC와 연습 경기에 앞서 “팀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며 “마운드에서 ‘젊은 피’들이 나아지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인다”고 말했다. 조 감독이 언급한 젊은 피는 엄상백(20), 정성곤(20), 정대현(25), 고영표(25)다. 1군 두 번째 시즌을 준비 중인 10구단 막내 kt는 올해가 성적을 낼 수 있는 기회다. 2년간 신생 팀 특혜로 다른 팀들보다 1명 더 많은 외국인 선수 4명을 이번 시즌까지 보유한다. kt는 일찌감치 성공적으로 안착한 타자 마르테와 재계약을 했고 트래비스 밴와트, 요한 피노, 슈가 레이 마리몬 투수 3명을 새로 영입했다. 조 감독은 “성적은 마운드에 달려있다”면서 “외국인 투수는 뚜껑을 열기 전까지 모른다”고 섣부른 예측을 조심스러워했다. 그는 이어 5강 후보로 평가 받는 것에 대해 “우리는 갈 길이 멀다”며 손사래를 친 후 “눈앞의 1승보다 중장기적 비전을 갖고 토종 선발들에게 시간을 투자해 앞으로 2~3년 뒤에는 마운드가 안정된 팀을 만들어야 한다. 이 것이 내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캠프 막바지를 향해가고 있는데 훈련 성과를 평가하면.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마운드에서 ‘젊은 피’들이 나아지는 것이 눈에 보인다. 정성곤, 엄상백, 정대현, 고영표가 현재 좋다. 우리 팀은 창단 팀이라 중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비전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강 팀들은 보통 확실한 토종 선발 2~3명을 데리고 있다. 우리는 어린 친구들에게 선발 경험 쌓게 해주고, 부상 관리해주면서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눈앞의 1승보다 비전을 갖고 토종 선발들에게 시간을 투자해 앞으로 2~3년 뒤에는 마운드가 안정된 팀을 만들어야 한다.”
-지난해 1군 첫해를 경험한 것이 올 시즌을 준비하는데 큰 힘이 될 것 같은데.
“어린 선수들이 많아 계산이 잘 안 된다. 4~5년차라면 어느 정도 계산이 되지만 우리는 다르다. 조무근이 작년에 잘했다고 하더라도 올해 또 잘할지는 모르는 일이다.”
-kt의 가장 큰 장점으로 타선이 꼽힌는데.
“유한준과 이진영이 와서 강해졌지만 방망이는 믿으면 안 된다. 외야진은 유한준을 제외하고는 그날 컨디션에 따라 내보낼 생각이다. 내야는 3루수 앤디 마르테, 유격수 박기혁, 2루수 박경수, 1루수 김상현 정도를 구상하고 있다.”
-마운드 운용 그림은 그렸나.
“마무리는 누구 1명으로 정하지 않았다. 후보들을 묶어 놓고 구위가 좋은 선수로 쓰겠다. 가장 좋은 그림은 장시환이 맡아주는 것이다. 원래 선발로 생각했는데 지난해 부상으로 많은 공을 던지기는 힘들고 20~30개 정도는 가능한 수준이다. 조무근은 불펜의 ‘키맨’으로 봐야 한다.”
-외국인 투수 3명을 쓸 수 있는 것이 올해 승부를 던질 좋은 카드인데.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 연습과 실전은 다르다. 지금 판단할 수 있는 것은 대략적인 윤곽이다. 스피드는 얼마나 나오고, 어떤 변화구가 좋고, 제구는 어느 정도 되는지 등을 알 수 있는 정도다. 정작 중요한 건 한국 야구와 문화에 대한 적응이다. 스트라이크 존에 불만을 갖고 있다가 쉽게 무너지는 투수들을 많이 봤다. 트래비스 밴와트는 국내 경험이 있어 걱정이 없는데 요한 피노와 슈가 레이 마리몬은 한국에서 던지는 걸 봐야 안다.”
-장성우가 빠진 안방 공백에 대한 대책은.
“포수 4명 모두 고만고만하다. 포수는 경험이 중요한데 우리 팀 포수들은 부족하다. 누구를 개막 엔트리에 넣어야 할지 아직 모르겠다.”
-올 시즌 팀 운명을 가를 열쇠는.
“역시 마운드다. 야구는 마운드가 두터운 팀이 잘하기 마련이다.”
LA=김지섭기자 oni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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