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대표적 공안 조작사건인 학림(學林)사건의 피해자와 가족들에게 총 33억원의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2부(부장 김현룡)는 양모씨 등 사건 피해자 8명과 가족 등 총 68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23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국가는 33억 2,600여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관들이 영장 없이 위법하게 양씨 등을 체포ㆍ구금하고, 고문 등 극심한 가혹행위를 가해 허위자백을 받아내는 등으로 증거를 조작한 다음, 잘못된 재판을 받게 해 장기간 교도소에 복역하게 한 것은 불법행위”라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했다. 이어 “이 같은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의 재발을 억제하고 예방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면서 배상의 필요성을 덧붙였다.
다만, 양씨 등 피해자 4명이 2006년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의위원회로부터 생활지원금을 받은 것은 재판상 화해 성립이 된 것이란 판단에 따라 배상이 제한됐다. 피해자들의 출소 뒤에 혼인하거나 출생한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피해 배상도 인정되지 않았다.
학림사건은 1981년 전두환 등 신군부 세력이 전국민주학생연맹(전노학련)과 전국민주노동자연맹(전민노련)을 반국가 단체로 규정해 관련자들을 치안본부 대공분실에 불법 감금ㆍ고문하고, 거짓자백을 강요한 대표적 공안조작 사건이다. 전민학련이 서울 대학로 학림다방에서 첫 모임을 가진 데 착안해 당시 경찰은 학림사건이라 했다.
양씨 등은 1981년 8월 국가보안법 위반 등 혐의로 연행돼 징역 2년~2년 6개월에 자격정지 2년~2년 6개월을 확정 받아 수감됐다. 진실ㆍ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2009년 6월 “치안본부 대공분실 수사관들이 양씨 등을 영장 없이 불법 구금한 채 고문과 가혹행위를 해서 허위 자백을 받아 기소한 점이 인정된다”며 진실 규명 결정을 내렸다. 피해자들은 이를 근거로 2010~2014년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국가의 책임을 묻는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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