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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의 길 위의 이야기] On Air

입력
2016.02.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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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라디오 방송에 출연했다. 공중파 생방송이었다. 디제이는 TV에서나 보던 여자 아나운서. 피차 첫 만남이었다. 어색해하거나 낯을 가리면 방송이 부자연스러워지는 게 당연한 이치. 호흡을 가다듬었다. 책 읽듯이 해서도, 너무 내 멋대로 떠들어서도 안 되는 상황. 대본 넘기는 소릴 크게 내는 것도 PD의 귀에는 거슬린다. 최대한 점잖게 부스에 들어가 앉았다. 물로 입을 축이고 디제이와 인사를 나눴다. 평일 오후 청취자들에게 읽을 만한 책을 소개하는 코너였다. 노래 두 곡 선곡하고 3~40분 대화를 나누다 나오면 되는 일. 8년 여 만의 출연인지라 의외로 떨렸다. 감기기운 탓에 코를 훌쩍이거나 목이 잠기게 될까봐 신경 쓰였다. 짐짓 목에 힘을 뺐다. 비록 목소리만 나가는 방송이더라도 디제이가 이쪽을 건성으로 대하면 듣는 이에게도 바로 티가 난다. 말의 떨림이라는 게 그렇듯 미묘하다.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의 표정이 드러나지 않는 건 아닌 것이다. 그러니 생방송 중엔 때로 모든 사소한 요소들이 방송의 온도와 색감을 좌우하곤 한다. 다행히 디제이는 다정하고 성실했다. 다음 출연 때엔 더 자연스러워질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집에 왔다. TV에서 야당의원들의 필리버스터가 생중계되고 있었다. 그런데, 사사건건 발언권 없이 쩍벌 자세로 앉아 소리만 치시는 여당의원님들, 생방송 중에 그러시면 안 됩니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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