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기념관은 3ㆍ1절을 하루 앞둔 29일 유자명(1894~1985) 선생의 중국어본 회억록(回憶錄)을 최초 공개했다.
유 선생은 3ㆍ1운동에 참여했다가 중국으로 망명, 의열단에서 아나키즘 활동을 정력적으로 벌였다. 의열단을 대표한 이는 영화 ‘암살’의 조승우가 연기했던 김원봉이었으나, 실제 그 뒤편에서 모든 일을 추진한 사람은 유 선생이란 증언이 있을 정도로 우리나라 아나키즘의 대표적 인물로 꼽힌다. 아나키스트로서 중국의 대문호로 꼽히는 바진(1904~2005)이 유 선생의 흰머리를 소재로 쓴 1936년작 ‘머리칼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번 공개물품 가운데는 바진이 유 선생에 보낸 연도미상의 편지도 들어있다. 광복 뒤 여의치 않은 사정으로 대만으로 건너간 뒤 귀국을 노렸으나 한국전쟁 때문에 중국에 남았다.
전체 14장으로 구성된 ‘회억록’은 자신이 관여해온 독립운동에 대해 증언하기 위해 1980년대에 집필한 것으로 1935년 5월까지의 기억을 담고 있다. 직접 빨간 펜으로 수정하는 등 유 선생의 숨결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특히 1991년 국내에 들어와 1999년 영인본이 나왔던 한국어판보다 더 자세한 내용이 있어 향후 일제하 아나키즘 연구에 소중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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