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준국과 회담서 6자회담 재개 타진
우리 측은 “앞으로 계속 논의하겠다”
美, 평화협정에 한국과 미묘한 입장차
정부 강경몰이 고집하다 소외 우려
北, 5월에 평화협정 또 제기할 수도
역대 가장 강력한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채택이 초읽기에 들어간 상황에서 결의안 채택 이후 국면을 대비한 한국 미국 중국간 외교전이 본격 가동되고 있다. 특히 중국에 이어 최근 미국마저 거론하고 있는 ‘평화협정 카드’가 5월 이후 부상해 대화 국면이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우리 정부가 강경 일변도로만 나가다간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니얼 러셀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가 26일 방한한 데 이어, 북핵 6자 회담의 중국 측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28일 한국을 방문해 우리측 6자 회담 수석대표인 황준국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회담을 가졌다. 우 대표가 한국을 찾은 것은 2011년 이후 5년여 만이다.
양측은 회담 뒤 새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 지지 의견을 밝혔으나 강조점은 다소 달랐다. 우 대표는 회담 뒤 “양측은 관련 각 측이 공동으로 노력해서 한반도 평화안정 대국(大局ㆍ정세)을 수호하기로 했다”고 말해 한반도 평화ㆍ안전을 강조하는 중국의 입장을 재차 확인했다.
반면 황 본부장은 회담 뒤 “(양국이) 이제 국제사회와 함께 제재 결의를 전면 이행함으로써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핵개발로는 출로가 없음을 분명히 인식토록 해야 한다, 그래서 북한의 생각 행동이 질적으로 변화해야 한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고 강조했다.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안의 이행을 통한 북한의 변화를 강조한 것이다. 황 본부장은 “중국이 책임 있는 상임이사국으로서 충실한 이행을 강조해왔고, 이번에 채택될 새 결의도 전면적으로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북 제재와 동시에 북한 비핵화ㆍ평화협정 논의를 병행해 대화 국면을 열자는 중국과 ‘북한 비핵화가 우선이며 당장은 제재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는 우리 정부의 입장 차이가 미묘하게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회담에서도 우 대표는 북한 비핵화와 평화협정 병행론을 제기하며 6자 회담 재개의 조건과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우 대표는 인천공항에 도착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한중이) 서로 존중하는 기초 위에 모든 문제에 대해 다 토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혀 평화협정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에 대해 황 본부장은 “안보리 결의 채택 이후 국면 전개와 관련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하였고, 앞으로도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말해 중국 측의 제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중국의 움직임과 맞물려 최근 미국도 비핵화 우선 원칙을 분명히 하면서도 평화협정을 함께 논의할 수 있다는 뜻을 여러 차례 내비쳐, 평화협정을 일체 거론하지 않는 우리 정부와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5월 제7차 당대회를 치르고 난 뒤에 탐색 차원에서 평화협정 체결을 또 다시 제기하며 대화를 타진할 경우 비핵화ㆍ평화협정 병행 카드가 대화 재개의 지렛대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리가 대화를 배제한 압박과 제재만 강조하다간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송용창기자 hermeet@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