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과 취업난의 여파가 고스란히 가계소득 통계로 나타났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2인 이상 가구 당 월평균 소득은 437만3,000원이었다. 전년 대비 1.6% 늘었지만 증가율로는 2009년(1.2%) 이후 6년 만의 최저치다. 그나마 지난해 소비자물가상승률 0.7%를 감안한 실질소득 증가율은 0.9%, 사실상 소득정체에 빠진 셈이다. 근로소득은 그래도 1.6% 늘었다. 반면 사업소득은 2003년 통계작성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돌아서 1.9% 줄었다. 경기부진이 자영업 소득 전반에 미친 타격이 그만큼 컸다.
주목되는 건 소득부진 자체보다 가계의 씀씀이가 더 크게 위축된 현상이다. 지난해 가구당 소비지출은 256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0.5% 늘었다. 그러나 물가상승률을 반영하면 오히려 0.2% 감소했다. 소득이 늘지 않자 가계는 아예 씀씀이를 줄여서 대응한 것이다. 소득보다 소비가 더 큰 폭으로 위축되면서 가처분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으로 따지는 평균소비성향도 전년(72.9%)보다 1% 포인트 낮은 71.9%로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이대로 가계가 아예 지갑을 닫아버리는 상황이 굳어지면 과거 일본식 불황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크다.
일본은 1990년대를 관통한 장기불황 당시 소비 부진의 원인을 주로 경기순환적 문제로 파악했다. 소비 진작을 위한 대책이 소비세 인하와 소비 쿠폰 지급 등에 머문 배경이다. 하지만 그런 일시적 해법은 통하지 않았다. 최근 국내에서 적극적 가계소득 증대론이 부상하는 이유다. 가계소득 증대론은 경기의 일시적 둔화보다는 소득 배분구조의 왜곡에 따른 가계소득 정체가 소비 부진에 미치는 부작용이 더 큰 만큼, 소비 부진의 만성화를 피하려면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대ㆍ중소기업, 가계ㆍ기업, 소득계층 간 소득 배분구조를 보완해 최총적으로 가계소득 비중이 높아질 수 있도록 고치는 데 초점을 둔다.
정부는 가계소득 증대를 위해 이미 기업소득환류세제 등 일련의 정책을 내놨다. 노동개혁을 통한 일자리 확대나 최저임금 인상 등의 방안도 가계소득을 늘리는 효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실행 가능한 구체적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당장 대ㆍ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정책이 시급하다. 계층 간 소득불균형을 합리적으로 보정하는 소득세제 개편도 더는 미룰 게 아니다. 경총은 최근 “상위 10% 고액연봉자의 임금을 동결해 재원을 활용하면 청년 3만명을 고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런 아이디어라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조속히 실행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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