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그마한 돋보기 안경을 코 끝에 걸쳤지만 ‘늙은 이의 근엄함’ 같은 건 없습니다. 연극적인 동작과 함께 내뱉는 이런저런 농담에 주변 사람들은 연설 내내 낄낄거립니다. 좀 썰렁하다 싶지만, 자신은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을 수사학적 농담이나 기나긴 비유적 표현을 줄줄 늘어놓는 걸 보니 분명 문학교사일 겁니다.
유튜브에서 260만 뷰 이상을 기록하며 화제를 낳았던 미국 보스턴 웰즐리고교 졸업식 축사 ‘You Are Not Special’(넌 특별하지 않아) 동영상입니다. 댓글도 볼 만합니다. 호평이 줄 잇지만, 댓글의 참맛은 역시 악플. 예상대로 ‘선생 유머 노잼’ ‘특별하지 않은 건 너야’ 같은 글들이 보입니다.
2012년 6월 이 연설이 알려진 뒤 축사를 했던 데이비드 매컬로 교사는 ‘넌 특별하지 않아 선생님’으로 유명세를 톡톡히 치렀습니다. “이런 거 누가 듣겠어”라며 써갔던 연설이었는데 그 자신의 표현으로도 “이메일의 받은 편지함은 폭발했고, 전화의 음성메시지는 한도를 초과”했으며 “신문, 라디오, TV에서 파견 나온 이들이 인터뷰하기 위해” 모여들었고 길에서 만난 사람들은 “칭찬과 감사의 말”을 건넸고, “멀쩡해 보이는 사람들조차 나더러 선거에 출마해보라 권유”했답니다. 무엇보다도, 이 연설을 계기로 쓴 청소년 교육법에 대한 책 ‘너는 특별하지 않아’가 태평양 건너 이 땅에까지 번역돼 나온 걸 보면 그렇습니다.
대체 뭐라 말했을까요. 제목 그대로 ‘너는 특별하지 않다’는 말의 반복이었습니다. 명문고를 졸업하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을 자랑스러워하는 학부모들 앞에서 그 말을 한 겁니다. 매컬로 선생은 이런 연설을 한 이유를 책에다 썼습니다. 오늘날 학교가 오직 성적만 강조하고 격려하는 바람에 명문고 아이들일수록 자신을 너무 특출나게 여긴다는 겁니다. 더구나 인터넷의 발달로 애써 뭔가 찾아보고 둘러보고 적어보지 않은 채 이런저런 통속적인 정보를 검색해서 재조합한 뒤 자기가 뭔가를 해냈다고 뿌듯해하는 경우가 태반이라는 겁니다.
매컬로 선생은 ‘너희는 특별하지 않다’는 말의 반복이 수사학적으로 좀 지나쳤을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오늘날의 우리 학교들은 성적우수자만 대량생산”하다 보니 정작 “아이들은 자기가 모르고 있다는 것을 당연히 모르게 마련이며, 그렇게 자기가 뭘 모른다는 것조차도 아직은 모르는 까닭에 대체 세상이 왜 이리 소란을 떠는 지 몰라서 어리둥절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그렇기에 연설의 마지막도 이렇게 마무리합니다. “인생의 가장 달콤한 기쁨은 오로지 여러분이 특별하지 않다는 깨달음과 함께 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사람들은 모두 특별하기 때문입니다.” 너만 소중하고, 너만 특별하다는 위로가 넘쳐나는 시대에 이게 더 위로가 되는 건 왜일까요.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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